[사설]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의 조건

입력 2010-01-26 18:01

남북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조짐이다. 26∼27일 금강산에서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갖자는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의 제의에 대해 정부가 다음달 8일 개성에서 만나자고 수정 제의했다. 정부는 ‘김양건 아태평화위 위원장’이 아닌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냄으로써 당국간 대화 형식이 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북측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지만 북한이 최근 남측과의 접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당국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발생 직후 중단됐고, 개성 관광은 같은 해 12월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한반도 긴장완화 등의 영향을 고려할 때 개성과 금강산 관광 길을 다시 여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다만 관광이 재개되려면 박왕자씨 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제도화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일관되게 북측에 요구해온 사항이다.

이 가운데 진상규명 문제는 남측 수사관이 북측으로 건너가 사건 현장 및 관계자들을 조사하기 힘들다는 점을 비롯해 현실적인 제약이 예상된다. 그러나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에 대해선 북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로부터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일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광이 재개될 경우 예전처럼 북측에 현금을 건네줄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지금도 유효하다. 북한은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런 미묘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관광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현찰을 북한 정권 손에 다시 쥐어주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화폐개혁 이후 경제난이 더 심각해진 북한으로서는 현찰을 원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측과의 회담에서 일정기간 현찰 대신 현물 지급 방안을 관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