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래 아내 김송 "불행의 원흉 남편이 이제는 감사제목"

입력 2010-01-26 21:01


“저 ‘천사 아내’ 아니에요. 가면 속에서 한없이 완악했던 지난 날을 고백합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41)씨와 2003년 결혼한 김송(38)씨는 ‘날개 없는 천사’로, ‘두려움 없는 사랑’의 주인공으로 불렸다. 때때로 연예 프로에 공개되는 아내로서의 헌신적인 모습도 감동을 줬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3년7개월 전 하나님을 만나 변화하기까지 김씨의 고백은 세상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 새삼 곱씹어보게 한다.

“밖에다 대고는 ‘저희 잘 살고 있다’고 웃었지만 안은 매일 전쟁이었어요.” 그가 털어놓는 결혼 후 3년여의 삶은 다소 충격적이다. 남편의 간병을 감당하기는 했지만 입으로는 심한 욕설, 심지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욕도 서슴지 않았다. “너는 바람피워 천벌 받았지만 나는 왜 네 똥 치우며 살아야 해!”라는 말은 일과였다. 저녁이면 화장하고 남편에게 당당하게 “나 클럽 가”라며 나가 밤새 춤추기도 했다. 새벽에 돌아와 남편의 자는 모습을 보면 미칠 듯한 마음에 통곡을 했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이 두려워 이혼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위에 궤양이 18개나 생겼고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졌다.

절망이 그토록 깊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전까지 남편에 대한 집착이 너무 컸던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에 반한 순간부터 남편은 내 우상이었어요. 속을 썩여도 늘 설레고 우러러 보이는 ‘내 남자’였죠.”

라헬을 얻기 위해 종살이 한 야곱처럼 10여년의 연애 기간은 며칠처럼 지나갔다. 남편이 장애를 입었을 때도 주변에서 다 말렸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후의 삶은 며칠이 10년처럼 길었다. “육신의 사랑이 끝나고 내가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가는 남편의 존재를 깨닫자 우상이 무참히 깨진 거죠.”

그러던 그에게 4년 전 사건이 일어났다. 호주에서 재혼해 사시던 어머니를 만나러 김씨를 비롯한 4남매가 여행을 간 그 날 어머니가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이다. 가족들이 망연자실해 있는 사이 호주인인 새아버지가 수소문해 한인 목사를 불렀다. 그를 본 어머니는 처음에는 “누가 부르라고 했어!”라고 악을 쓰며 거부했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주여! 제가 죄인입니다”라고 엎드려 통곡했다.

“어머니는 본래 독실한 크리스천이셨어요. 구역장에 전도왕이셨죠.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항상 성경 읽고 찬송하고 방언으로 기도하던 어머니 생각이 날 정도였어요.” 그런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이 결국 실패로 끝나자 “남을 위해 해준 기도는 모두 응답받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타종교로 개종해 버렸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전도하는 사람에게 소금을 뿌릴 정도로 교회를 증오했던 김씨인지라 어머니의 회심에 충격이 컸다. 어머니는 결국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매일 눈물을 흘리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고.

“가장 놀라웠던 건 아버지와 새어머니, 고모들과 결코 화해하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거짓말처럼 관계가 회복됐다는 거예요. 그 과정을 옆에서 보니 저절로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구나’ 하는 말이 나왔어요.”

김씨가 성장기에 입었던 상처들도 치유되기 시작했다. 어머니 편에 서서 등졌던 아버지, 새어머니, 고모와 관계를 회복하고 고모가 소개한 서울 대치동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에 나가 하나님을 만났다.

“그 전까지는 제가 죄인인 줄 몰랐어요. ‘나처럼 착한 사람이 어디 있어’ 했죠. 죄를 깨닫고 보니 남편과의 모든 싸움의 원인이 저였어요. 그 후 집안에 전쟁이 그쳤죠. 내 불행의 원흉이었던 남편이 이제는 한없이 고마워요. 나를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려 수고해 준 사람이니까요.”

이렇게 달라졌지만 그래도 삶은 여전히 역경의 연속이다. 오래 마음에 품었던 시험관 아기도 2008년 5번째 실패를 끝으로 완전히 포기했다. 2006년 ‘정자가 없어 안 된다’는 판정과 함께 4번째 실패했을 때는 남편 강씨가 집안 가구와 집기를 모두 부쉈을 만큼 크게 실망했다. 그래도 김씨는 평온한 마음으로 위로할 수 있었다.

“저도 하나님 만나기 전까지는 실패 때마다 절망이 너무나 컸어요. 2001년 첫 실패 때는 교회에 잠깐 다니던 교회에 발길을 끊기도 했어요. 그것도 남편이 사고 후 중학교 때 의지했던 목사님을 다시 찾아 다니던 중이었는데요. 그렇지만 이제는 하나님께 기도하게 돼요. 육신의 자녀를 주지 않으실 거라면 영적인 열매를 많이 맺게 해달라고요.”

김씨는 가지고 다니는 큐티 책을 보여준다. 교회 설교와 큐티를 통해 성경을 구속사적으로 이해하며 많은 은혜를 받고 있다며 여백마다 새까맣게 메모가 된 책에서 은혜 받은 말씀들을 짚어 준다. 그 표정을 보니 이제야 진정 ‘두려움 없는 사랑’을 찾은 듯했다.

“이제 제 기도 제목은 남편의 구원이에요. 아직 철벽같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본 척도 안하던 저희 구역 식구들과 함께 점심 먹게 됐으니까요. 같이 기도해 주실거죠?”

인터뷰를 마칠 즈음,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강원래씨가 아닐까, 모든 기적이 그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