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4D로 체험해보니… 의자 흔들∼흔들∼ 냄새까지 실감

입력 2010-01-26 17:40


“쿵, 쿵, 쿵”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슉∼ 슉∼”.

우주선이 판도라 행성에 이륙할 때,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 아바타가 돼 처음으로 땅에 발을 내디딜 때, ‘이크란’을 타고 하늘을 날 때 의자는 화면 속 인물 움직임의 박자에 맞춰 전후·상하·좌우로 움직이고 회전했다. 주인공에게 충격이 가해질 때는 의자에도 충격이 전해졌으며, 전쟁 장면에서는 희미하게 고무 타는 냄새도 났다.

영화 ‘아바타’를 CJ CGV 4D 플렉스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 21일 오후 5시쯤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시각과 청각만이 아니라 촉각과 후각까지 자극한다는 4D 플렉스는 현재 CGV 강변, 상암, 용산, 영등포 등 네 곳에 있다. 영등포로 극장을 선택했다. 주말 좌석은 매진이었다. 다른 극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4D 체험기 출고 마감일인 25일에 맞춰 구할 수 있는 표라고는 마감 당일 오전 9시30분 표밖에 없었다. 그것도 앞에서 두 번째 줄인 B열. 3D 영화를 스크린 코앞에서 볼 생각을 하니, 예매를 하면서도 골이 지끈거렸다. 조조 가격은 1만1000원이었다. 다른 시간대에 3D 영화를 4D로 보면 관람료는 1만8000원이다. 2D 영화를 4D로 보면 1만4000원이다.

4D 극장의 좌석은 한 열이 모두 와이어로 연결돼 있다. 또 발 받침대가 있어 일반 극장 좌석보다 약간 높게 설치돼 있다. 의자가 흔들릴 수 있는 관계로 팝콘과 음료수 포장도 다르다.

9시30분이 되자 좌석은 빈틈없이 꽉 찼다. 주부나 대학생이 많았지만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있었다. 빈 자리가 있으면 뒤로 옮기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앞뒤로, 회전에 드롭까지 러닝타임 동안 의자는 수십 가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전쟁 장면이나 활강 장면에선 의자 모션이 격렬해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충격 효과도 있었다. 등과 엉덩이만 아니라 발판에서 발을 툭 하고 치기도 한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등 쪽에서 처음 한두 번 충격이 전해질 때는 뒤에 앉은 사람이 좌석을 발로 차는 것 같아 항의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에 잡힐 듯 생생한 3D 화면에 4D 체험까지 더해지니 몇몇 장면에선 마치 내가 실제 영화 속 인물이 된 것처럼 실감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문제는 앞 열에 앉아 3D 화면을 보자니 영화 시작 30분 후부터 눈이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눈의 피로감이 심해 나중엔 아예 화면 위쪽 5분의 1 정도는 보는 걸 포기했다.

우수희 CGV 4D 프로그래머 설명에 따르면 4D 의자가 가진 운동성은 앞뒤, 좌우, 드롭 등 세 가지라고 한다. 이 세 가지를 조합하고 진동 효과를 더해 무수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먼저 CGV 4D 프로그램팀이 영화를 보면서 효과(Effect) 시나리오를 쓴다. 효과를 넣을 때 우선순위는 메인 장면에 있다. 주인공 움직임에 따라 효과를 넣으면 실감하는 정도는 높일 수 있지만 효과를 넣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메인 장면 효과를 설정하고 나면, 주인공의 시점과 카메라 앵글을 고려해 추가 효과를 넣는다. 멀미 등을 고려해 영화를 수차례 보면서 효과 지속 시간과 강도를 조절한다.

‘아바타’에 쓰인 효과는 티클러(자극을 주는 효과)가 3가지, 냄새 4가지, 페이스 워터와 레이저 등 총 17가지 정도의 효과가 쓰였다. 의자에 가해지는 진동과 의자 움직임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기자는 페이스 워터와 레이저 효과는 인지하지 못했고, 숲 냄새도 맡지 못했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