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속도… 내게 맞는 스마트폰 “이게 딱이네!”
입력 2010-01-26 17:43
“아이폰, 옴니아2, 모토로이 중 어느 것이 좋은가요?” 애플 아이폰 출시 후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어딜 가나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답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취재해 봤지만 자기가 쓰거나 관련 있는 제품에 대해선 좋다고만 하고 경쟁 제품은 나쁘다고 깎아내려 별 도움이 안 됐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옴니아2’, 이달 출시된 모토로라 ‘모토로이’까지 스마트폰 3대를 한꺼번에 들고 다니며 직접 사용해 봤다.
인기모델 ‘빅3’ 직접 써 보니
◇화질 좋고 다루기 쉬운 옴니아2, 속도 단점=삼성전자 옴니아2는 친숙하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은 어렵고 낯설다는 선입견을 깨려고 기존 햅틱 시리즈에서 썼던 사용자환경(UI)을 옴니아2에도 그대로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압력을 인식해서 작동하는 감압식이다. 철저히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춘 스마트폰이다.
기존 삼성전자 터치폰을 써봤다면 홀드 버튼이 측면 가운데 부분에 달려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 것이다. 한글 입력방식은 쿼티 자판인 경쟁제품과 달리 다른 삼성 제품처럼 ‘천지인’이라 거부감이 없다.
화질 면에선 최고다. 경쟁제품들은 LCD지만 옴니아2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써 화질이 더 깨끗하고 선명하다. 또 디빅스 기능이 탑재돼 있어 별도로 파일을 전환하는 번거로움 없이 각종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만든 ‘보는 휴대전화’ 트렌드에 충실한 셈. 아이폰엔 없는 DMB기능도 있다.
명함 사진을 찍으면 명함 글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이름, 주소 등을 정리해 주소록에 저장해주는 ‘스마트리더’ 기능은 거의 매일 명함을 주고받는 기자 입장에선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반응 속도에선 분명 문제가 있다. 옴니아2만 쓸 땐 몰랐는데 다른 모델과 비교해보면 속도 차이가 확연하다.
◇디자인과 속도에 강한 아이폰, 배터리 불편=아이폰의 객관적 사양은 분명 경쟁 제품보다 못하다.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은 “아이폰이 더 좋다. 써보면 안다”고 했다. 직접 써보면 왜 다들 ‘아이폰 아이폰’ 하는지 알 수 있다. 터치감이 상쾌하고 부드럽다. 속도도 매우 빠르다. 애플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견물생심이 절로 든다. 아이폰은 기능이 아니라 장식 액세서리로 구입할 만한 매력이 있다. 특유의 곡선 몸체는 손에 쥐기에도 편리하다.
아이폰의 진정한 힘은 앱스토어에 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애플리케이션 25억1600만건이 다운로드 됐는데 이 가운데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서 이뤄진 것이 99.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애플 앱스토어에 접속하면 너무 많은 애플리케이션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다. 이것저것 둘러보기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난다.
불편한 점도 있다. 손끝의 전기를 인식해서 작동하는 정전식 터치 방식은 상쾌하지만 장갑을 끼면 인식을 못한다. 또 문자를 쓸 때 오타가 자주 나기도 한다. 자판 배열도 키보드 형식이라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배터리 교체가 안 되고 전용 충전기를 써야 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스마트폰은 그저 통화할 때만 쓰는 물건이 아니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심각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핀 충전기도 쓸 수 없다. 평소 틈틈이 충전해두지 않는다면 아이폰은 중요한 순간에 전원이 꺼져 사용자를 곤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 고장 났을 때 수리해주는 대신 재생품으로 교환해주는 ‘리퍼비시’ 정책도 불만이다.
◇다기능 모토로이, 하지만 번거롭다=모토로이는 본체를 가로로 눕히면 모든 메뉴가 가로로 변한다. 쿼티 키보드인데 가로로 눕혀 두고 양손으로 잡으면 금새 손에 익는다. 또 자주 쓰는 기능은 바탕화면의 숏컷에 저장, 쉽게 갈 수 있도록 한 점도 편리하다.
내장 카메라는 확연히 좋다. HD급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플래시도 들어있다. 평소 쓰던 캠코더에 뒤질게 없어 보인다. 애플이 DMB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서인지 모토로이엔 DMB가 탑재돼 있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선명하다.
8개 브라우저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라지만 휴대전화로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할 상황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응속도는 아이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폰보다 늦게 나온 모델임을 감안하면 아이폰을 앞서지 못한 것은 분명 감점요인이다.
모토로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다보니 구글 서비스와 자동 연동된다. 평소 구글을 쓰지 않았다면 새로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PC와 연결하지 않고서도 구글에서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모토로이를 100% 활용하려면 주력 이메일 계정을 구글 G메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모토로이는 다음달 정식 발매된다.
이제 어느 것이 좋은지 답할 때다. 각 제품마다 장점과 단점은 분명하다. 특히 아이폰과 옴니아2는 각각의 장점이 상대방의 단점이다. 모토로이는 두 제품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지만 100% 따라잡거나 능가하진 못했다. 직접 사용해 봤지만 결론은 뻔하다. 답은 ‘각자 취향과 생활방식에 따라 좋은 것을 고를 것’.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