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판결’ 논란 진화… 사법개혁 주도권 되찾기

입력 2010-01-25 21:44


수도권 법원장급 ‘개혁안’ 논의 내용·배경

‘좌편향 불공정 재판’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일선 법원장들의 선택은 재정합의 제도를 적극 활용하자는 데로 모아졌다. 사법부 개혁 논의의 무게 중심을 법원으로 되돌리는 동시에 재판 개입 논란도 함께 피하자는 일거양득의 해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튀는 판결 피하고 재판독립 보장=법원장들은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건을 단독판사 3인으로 구성된 재정합의부에 맡기는 방향으로 단독판사의 ‘튀는 판결’ 논란을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경험 없는 단독판사가 주관적 판단으로 판결을 그르친다는 지적에서 비켜가겠다는 의지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초 사건을 배당받은 판사를 배제하지 않고 3인의 단독판사로 이뤄진 재정합의부에 포함시켜 재판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법원장들은 우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자들을 재판연구관으로 임용해 일정한 평가를 거친 뒤 법관으로 임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로스쿨 수료자 전원을 일정 기간 검찰, 변호사로 경력을 쌓게 한 뒤 법관으로 임용하자는 정치권과 검찰의 주장과는 다르다.

가장 우수한 인력을 법관으로 채용하는 길을 터놓는 동시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법관 인력 수급구조에 숨통을 트겠다는 복안이다. 새로 임용된 재판연구관을 1·2심 법원에 배치하고 2∼3년 후 사법연수원 500명 시대 기수가 승진해 부장판사급 법관 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단독재판부의 경험과 역량이 늘어난다는 판단이다. 현 시점에선 정치권의 주장대로 단독재판부에 배치할 경력 10년 이상 법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향후 사법개혁안에도 영향=법관 인사를 이원화해 고등법원 판사 중에서 고등부장 및 고등법원장을 보임하고, 지방법원 판사는 합의부 재판장, 수석부장, 지방법원장에 임용되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중견 법관의 중도 사직을 최소화하고 심급별 법관 경력을 높여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간담회는 공식 회의가 아닌 법원행정처와 로스쿨의 업무협약식 이후 ‘티타임’ 성격이 짙었다. 일선 법원장들이 행사 참석차 대법원을 방문하면 가벼운 환담을 위해 모임을 갖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제기된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사법부 차원의 개선안이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올랐다.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법부의 자체 개혁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개해 정치권과 검찰에 사법개혁 논의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법원장들이 전원 참석해 의견을 낸 만큼 향후 대법원의 사법개혁안 확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