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전공노 290여명 ‘정치 활동’ 수사

입력 2010-01-26 00:36

경찰 “현행법 위반”… 두 단체 “별건수사” 반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와 공무원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거나 지속적으로 당비를 납부해 온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현행법은 공무원과 교사가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5일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 290여명이 민노당에 당원으로 가입했거나 당비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교조 조합원 등 8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그 가운데 290여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거나 당비를 낸 사실을 확인했다. 290여명은 당비는 내지 않고 당원으로만 가입한 사람, 매월 당비를 내 당원으로 추정되는 사람, 당원으로 가입하고 당비까지 낸 사람으로 분류됐다.

당비는 매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수만∼수십만원이 민노당 계좌로 납부됐고, 특정 정치인의 계좌로 입금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민노당 당원 명부를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조회를 통해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했다”면서 “자세한 수사 방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 위원장은 민노당 가입과 함께 당비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대상자 290여명 중 1차로 69명에게 28일 출두하도록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남은 수사 대상자 210여명과 민노당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공무원 교사 등이 당원이 됐거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 등이 입증될 경우 정치자금법 45조(정치자금 부정 수수), 정당법 22조(위법 당원 가입),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과 4항(정치활동 금지) 등을 위반하게 된다.

전교조와 전공노는 계좌 추적을 통해 경찰이 별건수사를 했다며 반발했다.

두 단체는 “시국선언 자체를 정치활동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공안 당국의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별건수사이며 털어서 먼지 나는 놈을 잡고 보겠다는 저인망식 기획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공안 탄압과 말살 의도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악의적인 조작 기획수사와 별건수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교조와 전공노는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던 중 일부 교사와 공무원이 민노당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후 계좌 추적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만큼 무리한 별건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