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애로계층 182만명 공개 ‘냉가슴’
입력 2010-01-25 21:40
정부, ‘실업 400만시대’ 방어했지만 구직 나설 경우 실업률 치솟을 가능성
지난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취업애로계층 182만3000명의 수치를 공개한 정부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사실상 실업 400만 시대’라는 시장의 추산을 맞받아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뒤탈이 걱정이다. 그동안 실업통계에서 제외됐던 취업애로계층이 고용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대거 구직활동에 나설 경우 실업률이 치솟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2만명 수치 공개의 딜레마=첫 고용전략회의를 앞둔 기획재정부가 가장 우선시한 것은 현 고용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었다. 국내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관된 고용 난제에 단기 및 중장기 해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목표물을 명확하게 조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체감 실업률이 공식 실업률을 웃도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상 실업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는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한몫했다.
기존 실업지표보다 현실에 가까운 집계를 위해 재정부는 통계청으로부터 경제활동인구조사 관련 원 데이터를 넘겨받았다. 실업자에 가깝지만 통계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나 취업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구분해 재정부식 고용지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취업애로계층에는 취업자 가운데 주 36시간을 채 일하지 못하는 불완전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25일 “내부적으로도 논쟁 끝에 수치를 공개했지만 대상 범위가 너무 넓은 데다 경기 주기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2003년 이후 취업애로계층 추이가 경기 흐름과 어긋나는 부분도 있어 앞으로 이 수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공식 실업률 왜곡현상 벌어질까=경기 흐름과 취업애로계층 수치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 외에 당장 올해 정부의 걱정거리는 공식 실업률 왜곡이다. 올해 고용회복 프로젝트 일환으로 취업애로계층에 대한 구직DB와 중소기업의 구인DB를 확충하기로 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실업자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애로계층에는 취업 의사와 능력(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2, 23번 문항의 긍정 답변 기준)은 있지만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취업준비생(5만3000명)과 쉬었음 인구(18만명), 육아·가사 인구(19만2000명)가 포함돼 있다. 이들이 구직DB에 자신의 이력서를 제출하고 구직활동에 나서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빠져나와 ‘지난 4주 내에 직장(일)을 구해 본’ 실업자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측도 이런 가능성에 대해 인정했다. 재정부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취직을 안 하려던 사람이 구직대열에 편입되면 실업률 수치가 증폭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다만 앞으로 효과는 실업률 감소 대신 고용률과 취업자 증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