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수사 확대에 술렁… 부도덕 집단 비칠까 우려
입력 2010-01-25 21:55
25일 오후 3시쯤 SAT 전문학원으로 잘 알려진 서울 대치동 서울어학원.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이 길을 가로막았다. 그는 “원장님 특별지시로 오늘부터 학생 이외엔 아무도 학원에 들여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로비로 내려온 이경로 원장은 신중하면서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죄송하지만 저희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SAT 시험지 유출 강사가 소속된) 해당 학원에 가서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학생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요청도 거절했다.
SAT 시험지 유출 사태로 학원들은 경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크고 작은 학원이 즐비한 압구정역 일대와 대치동 은마사거리 일대 어학원들은 일제히 말을 아꼈다. 일부 강사가 벌인 부정행위 탓에 모든 어학원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될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처음에는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던 유비쿼터스어학원 류모(35·여) 강사는 겨우 입을 뗐다. “최근 어느 남자가 전화를 걸어 ‘SAT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가지고 나왔는데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었어요. 깜짝 놀라서 전화를 끊었죠. 대부분 강사나 학원은 그런 일을 벌일 엄두도 못 낸다고요.”
강사들은 이번 사태가 학벌지상주의와 강사 개인의 과욕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일로 봤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신생 어학원 관계자는 “작은 학원들이 학생을 끌어 모으려고 문제를 많이 빼온다고 한다. 결국 자기들 이익을 챙기려는 수작”이라며 경찰의 수사 확대 방침을 반겼다. 또 다른 어학원 강사는 “이런 일을 방치하면 앞으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며 “수사를 더 철저히 해서 학원가의 신뢰를 회복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김태기 이승민 대학생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