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S서 블랙리스트 통보땐 수사 확대
입력 2010-01-25 21:48
ETS서 지난달 정황 포착… “불법 근절” 적극 대응
경찰이 25일 SAT 시험 문제지를 빼낸 학원 강사 장모(36)씨를 구속 수감하면서 수사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대다수 정직한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빨라진 경찰 수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장씨가 23일 문제지를 빼돌린 지 2시간여 만에 붙잡혀 제3자에게 전송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빼돌린 시험지는 누군가에게 전송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씨의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원하고 이메일 계정의 서버를 압수수색할 계획이다. 또 장씨의 금융계좌를 추적해 문제 전송의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ETS 측에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ETS 직원은 “본사에 돌아가 현재 상황을 보고한 후 명단 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TS 측에 따르면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에는 시험에 여러 번 응시했거나 다른 수험생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문항에 답을 하지 않았거나 직업이 강사인 사람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ETS가 명단을 넘겨주면 수사 의뢰로 간주해 명단에 오른 인물을 대상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TS도 적극 대응=ETS가 국내에서의 SAT 시험지 유출 정황을 처음 포착한 것은 지난달 말. 당시 시험 관리자는 검토 과정에서 장씨의 시험지가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ETS 본사에 알렸다. ETS의 내부 규정에는 ‘모든 시험에서 발생하는 보안 침해 사안에 대해 공식조치를 취하기 전 철저한 조사를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ETS 측은 이달 초부터 물증 확보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명 SAT 학원 소속 강사가 태국과 미국의 시차를 이용해 문제를 유출한 사건이 한국 경찰에 적발되자 ETS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보안 담당직원 2명을 지난 21일 한국으로 급파해 실태를 조사했다. 이들은 23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시험이 끝나자마자 시험지를 면밀히 조사해 또다시 시험지를 훼손한 장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ETS 측은 “불법으로 부당 이득을 얻으려는 이들의 문제 유출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학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