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2차서 다쳐도 ‘公傷’… 어처구니없는 국가유공자 심사
입력 2010-01-25 18:31
감사원 993명 무더기 적발… 보훈급여 환수 등 요구
동료들과 축구를 하다 다쳤거나 술에 취해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 부상을 입었는데도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각종 지원을 받아온 전현직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국가보훈처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공상공무원 등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5113명 중 3074명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그 가운데 993명이 부적절하게 인정돼 예우·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25일 밝혔다.
경북도청 6급 공무원 A씨는 2004년 부서 공식 회식을 마친 뒤 일부 동료와 따로 갔던 2차 술자리에서 다쳤지만 공식 회식을 마치고 남은 업무를 처리하려고 사무실로 돌아오다 다친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2006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A씨는 요양비 497만원과 퇴직 후인 2008년 3월부터 매월 장해연금 63만원을 수령하고 자녀 교육비 800만원 등의 보훈 혜택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남양주시 7급 공무원 B씨는 2006년 산불감시 대기 근무를 하던 중 무료함을 달래려고 공동묘지 일대에서 동료들과 축구하다 무릎 부상을 입었지만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또 전남 보성군 6급 C씨는 서울 출장을 왔다가 향우회장의 모친상 조문 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왕복 16차로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을 무단 횡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 학자금, 취업, 의료비 등 지원 외에도 아파트 분양 시 우선순위 부여, 차량 구입 시 세금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감사원은 국가보훈처장 등에게 다친 경위를 허위 작성한 A씨를 비롯한 215명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취소토록 요청했다. 또 적발된 993명에 대해 재심의 또는 재분류 신체검사를 실시, 부적절한 사람은 유공자 등록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또 범죄 혐의가 분명한 사람은 고발과 보훈급여금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현직 공무원의 경우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보훈처는 감사원의 지적과 관련,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면 등록 취소와 보훈수혜 환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2월부터 재심의를 하고 6월까지 재신체검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