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영장없이 주머니 뒤진 경찰 폭행했다면…
입력 2010-01-25 18:28
최모(60)씨는 2007년 9월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불쾌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전자 출입증을 깜빡했던 최씨는 억지로 차단기를 들어올리다 차단기 부품을 부수었다. 경비원 및 주민들과 시비가 붙어 말싸움을 벌이던 끝에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관은 진입로를 막아선 최씨의 차를 빼기 위해 최씨의 상의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빼려 했다.
이때 최씨는 경찰관의 계급장을 잡아 뜯고 이마로 눈 주위를 들이받는 등 완강히 저항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공무집행방해, 상해, 기물파손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의 혐의에 대해 1∼3심의 판단은 제각각 달랐다. 1심에선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이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의·영장 없이 최씨 주머니에서 차량 열쇠를 꺼내려 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기 때문에 최씨의 저항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물파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을 100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5일 “경찰관의 행위가 적법하지 않아 최씨가 저항할 수는 있어도, 계급장을 손으로 뜯고 경찰관을 들이받는 등의 행위는 정당방위의 한계를 넘어 상해죄에 해당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