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공격영업… 은행권 “부담되네”
입력 2010-01-25 21:09
주택담보 대출금리 0.5%포인트 인하,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6개월 연장, 연체대출 적용 최고금리 1년간 3%포인트 인하….
기업은행이 지난 연말 이후 잇따라 내놓은 금리 인하 조치들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을 제치고 자산규모 4위로 올라선 기업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지점 확대, 아이폰 기반 모바일뱅킹 서비스 조기 제공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아이폰용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하나은행과 함께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시대를 열었다. 나머지 은행들은 4월에 스마트폰 모바일뱅킹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개인 금융을 강화하기위해 올해 ‘지점 40개 확대’ 목표 달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지난해 ‘깜짝 실적’을 올린데 이어 모바일 금융서비스까지 앞서 나가자 은행 관계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기업은행이 4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크게 늘린 중기 대출의 연체율이 ‘운좋게’ 예상보다 낮아진데 힘입었다고 본다”면서도 “개인 금융이나 첨단 금융서비스 등에서 치고 나가는 등 국책은행의 이미지와 다른 행보를 보여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은 기업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출금리 인하이다. 서민 가정의 이자 부담 경감을 노린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인하 압박에 기업은행이 ‘총대’를 멨다는 시각이다.
실제 기업은행이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뒤 모든 시중은행들이 뒤따라 0.2∼0.3%포인트 인하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키로 했던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도 올 들어 6개월 연장했다. 최근에는 정부 고위층이 윤용로 행장의 발 빠른 대응을 크게 칭찬했다는 얘기까지 금융권에서 돌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민영화되는 기업은행의 입장에서 고객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공격 영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