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 소멸 2035년 아니다”… IPCC “시기 예측 잘못” 시인 신뢰 흠집
입력 2010-01-25 18:14
“2035년 히말라야의 빙하는 녹아서 없어질 것이다.”
과학자 2500여명으로 구성된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7년 지구온난화를 상징적으로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금의 융해 속도가 유지될 경우 히말라야 빙하가 앞으로 3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IPCC는 이 보고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그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IPCC의 이 같은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이 IPCC의 이 주장에 대해 8년 전 한 과학잡지의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의혹이 커지면서 IPCC는 결국 “기존 보고서의 경고는 히말라야 빙하의 감소율과 소멸 시점에 대한 실체적 근거가 빈약한 평가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가 된 부분을 보고서에 채택하면서 IPCC가 필요로 하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증거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23일 ‘히말라야 빙하 소멸’ 시기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설정됐는지를 자세히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까지 모두 사라지려면 두께가 수백m에 달하는 빙하들이 예상보다 무려 25배나 빠르게 용해돼야 한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4일 라엔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이 거액의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거짓 주장을 해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로 IPCC의 신뢰는 곤두박질쳤고, 파차우리 의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IPCC는 히말라야 빙하의 녹는 시점만 정확하지 않을 뿐 지구 온난화로 녹는 속도는 계속 빨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IPCC는 “최근 수십년 동안 막대한 양의 빙하가 사라지고 정상에 쌓인 눈의 양이 감소했다.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히말라야를 비롯한 주요 산악지대의 용수 총량이 줄고 계절적 유수량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 연구 자체를 거짓으로 몰아가는 것도 자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기후학자는 인디펜던트에 “2035년쯤 히말라야 빙하의 소멸론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는 안 된다. 빙하가 사라지는 건 여전히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