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명 탄 에티오피아機 지중해 추락
입력 2010-01-26 00:43
승객과 승무원 90명을 태운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여객기가 25일 새벽(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불길에 휩싸인 채 지중해로 추락했다. 테러보다는 악천후가 추락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륙 5분 만에 추락=승객 83명과 승무원 7명이 탄 에티오피아 항공 409편이 베이루트 공항을 이륙한 건 오전 2시30분. 당초 오전 2시10분 베이루트를 출발해 오전 7시50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륙이 계획보다 20분가량 늦어졌다.
사고 여객기인 보잉 737기는 이륙한 지 5분 후 갑자기 공항 관제소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가지 아리디 레바논 교통장관은 “베이루트 공항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해안 마을인 나암메흐로부터 서쪽 3.5㎞ 지점 지중해 해상에서 추락이 확인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배웅 나온 가족과 연인들이 아직 베이루트 공항을 채 빠져나가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락 소식이 전해지자 공항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당초 탑승 인원이 92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회 결과 승객 83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바논인이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에티오피아인 22명, 영국인 2명이었다. 이밖에 캐나다 러시아 프랑스 이라크 시리아 국적의 탑승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 관계자는 레바논 주재 프랑스 대사의 부인이 탑승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현재까지 34명이 사망하고 56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원인은 테러보다 기상 악화인 듯=레바논 정부가 즉각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현재로선 기상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락 직전 번개에 맞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목격자는 “불덩이가 바다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엘리아스 무르 국방장관은 “악천후가 분명한 추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레바논에는 이틀째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었다. 이 때문에 레바논 일부 지역이 홍수 피해를 보기도 했다.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도 “테러로는 의심되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파괴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최고경영자(CEO) 길라 와케는 사고 여객기가 8년 된 항공기로 지난해 12월 25일 점검을 받고 정밀 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공중 납치된 소속 여객기가 아프리카 코모로 섬에 연료 부족으로 추락해 탑승자 126명이 숨졌고, 88년에도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31명이 숨졌다.
레바논 해군은 레바논 주재 유엔평화유지군과 함께 구조대를 편성, 생존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악천후로 인해 급파된 헬기, 군함 등은 인명 구조 및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석 서윤경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