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비 비교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입력 2010-01-25 18:0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13개 암을 포함, 총 38개 주요 질병 관련 수술비와 입원일수를 병원별로 공개했다. 해당 분야 수술을 연간 10건 이상 맡은 전국 682개 병원이 대상이다. 병원별 수술비·입원일수 공개는 이번이 처음으로 의료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병원별 격차가 대단히 크다. 최대 수술비 격차는 자궁 적출술의 경우 전남대병원 247만원(입원일수 12.7일), 강북삼성병원 615만원(16.6일)으로 2.5배다. 최대 입원일수 격차는 흉강경을 이용한 폐절제술의 경우 영남대병원 9.6일(수술비 475만원), 충북대병원 32.4일(910만원)로 3.4배나 된다. 암 이외의 수술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심평원의 공개 자료는 허점이 적지 않다. 수술비에 수술·입원·약제비가 포함돼 있어 입원일수에 따라 수술비가 차이 나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수술비를 비교하자면 동일한 입원일수를 전제로 해야 마땅하다. 기준을 통일하지 않고 최종 결과만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심평원의 역량이 의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수술이라도 환자의 나이, 체력 등의 사정에 따라 입원 기간은 달라진다. 수술에 어떤 첨단 기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용 산정에도 차이가 날 터다. 심평원은 병원들의 진료 서비스 차이 등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더더욱 최소한의 비교 기준이라도 동일하게 해야 했다.
물론 공개 자료 중에는 입원일수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격차가 나타나는 경우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위 절제술의 경우 입원일이 16.7일로 같은데 충남대병원은 수술비가 515만원, 가톨릭대성모병원은 755만원이었다. 간암의 경우 입원일이 6.4일로 같지만 서울의료원은 181만원, 단국대병원은 255만원으로 나타났다.
병원별 수술비와 입원일수 격차는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렇지만 심평원 자료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수술비의 단순비교는 의료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심평원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가겠다는 게 이번 자료 공개의 의도였다면 좀 더 치밀한 조사를 통해 정제된 자료를 내놓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