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유공자 배출해온 국가보훈처
입력 2010-01-25 18:04
국가유공자와 그 후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연금이나 생활수당 등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희생하거나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최소한의 신뢰관계마저 없다면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애국심은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을지도 모른다.
엉뚱한 공무원들이 공상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는 감사원 지적은 그래서 묵과할 수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보훈처 등 5개 기관 소속 공상공무원 3074명 가운데 993명이 부적격 국가유공자로 드러났다. 무면허로 운전하다 부상한 경우, 만취 상태의 부하 직원이 운전하던 승용차를 타고 가다 다친 경우, 족구하다 무릎 부상을 입은 경우도 국가유공자나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지원대상자로 인정됐다고 한다. 일부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본인의 과실이 크다는 통보가 있었으나 국가유공자로 버젓이 등록됐다. 부적격 국가유공자들은 법에 따라 각종 혜택을 받았다. 세금 낭비를 초래한 것이다.
국가유공자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보훈처는 2007년 ‘생선을 맡은 고양이 격’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보훈처 차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질병인 허리 디스크를 공무 중에 발생한 것처럼 꾸며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자녀들 학자금을 지원받고, 자녀들을 공공기관에 취업시키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24명의 보훈처 직원들이 가짜 국가유공자로 판명났다. 이번에 엉터리 국가유공자가 이렇게 많이 적발된 것은 보훈처의 부패 정도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국가유공자 심사 업무를 태만히 한 관계자들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진정한 국가유공자들을 욕보이고, 세금을 눈먼 돈 정도로 여긴 죄가 작지 않다. 부적격 국가유공자들도 중징계해야 마땅하다. 이들에게 낭비된 세금은 재판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전액 환수해야 한다. ‘세금 도둑’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지난달 발표한 제2차 국가보훈발전기본계획처럼 거창한 일을 추진하기 앞서 보훈처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바로세우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