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AT 不正 창피해서 견딜 수 없다
입력 2010-01-25 18:04
태국에서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시험지를 빼돌린 학원 강사가 입건된 지 며칠도 안 돼 국내에서도 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의 ‘시험지 도둑질’은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네 번째라고 한다.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SAT 문제 유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3월 한국에서 치러진 시험에선 문제지 유출의혹으로 응시자 900여명의 성적이 전원 무효 처리됐다. 2006년엔 같은 이유로 한 외국어고의 시험 장소 자격이 박탈되기도 했다. 다른 시험도 마찬가지다. 토플시험에선 유사한 부정 행위로 2000년 이후 시험방식이 2차례나 변경된 적이 있다.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GRE)도 2002년 문제가 유출돼 한국은 시험 횟수 축소라는 벌칙을 받았다.
미국교육평가원은 전 세계에서 SAT GRE 토플 등 각종 시험을 주관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시험지 빼돌리기와 대리 응시 같은 부정 행위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차적으론 “무슨 수단으로든 내 아이만 명문대에 입학하면 된다”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심성이 문제다. 부정 행위라도 자녀가 좋은 점수만 얻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국가 신뢰도까지 실추시키고 있다. 이런 학부모들의 욕구에 영합해온 학원들의 잘못도 크다. 이들은 “학부모들이 기출문제를 빼내오는 학원에 몰리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학부모들을 오도해 돈을 벌어온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론 이런 부정 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관계 당국은 이 문제를 국격 훼손 차원에서 다뤄 연루된 학원 관계자들을 엄벌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교육평가원도 시험 관리 방안을 좀 더 철저히 마련할 책임이 있다. 고사장으로 쓰이는 초중고교의 교직원들에게만 맡겨놓다시피하는 지금의 시험 감독 시스템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도둑질한 시험지’로 얻은 성적이 자녀의 미래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깊이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