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기득권총연합회' 불명예 씻으려면...
입력 2010-01-25 16:17
‘기득권총연합회’ ‘극보수’ ‘자칭 기독교연합기관’
교계 일부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하면 떠올리는 단어다. 한기총이 왜 이 같은 평가를 받게 됐을까. 이는 한기총이 교단·단체 연합 협의체라는 정체성보다는 몇몇 인사들의 입장만을 대변한 정책 결정과 이벤트성 행사를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서를 반영이라 하듯 최근 한기총 안팎에서 오는 28일 제16대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하게 될 이광선 목사는 향후 다양한 언로(言路)를 활용, 민주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을 이끌고 대정부 대사회 대교회를 향해 보다 정제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기총의 한 원로는 “한기총의 정체성, 즉 교단 연합과 일치정신에 걸맞게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 인사의 전횡, 신학과 철학의 빈곤에 따른 의사 결정과 집행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인사는 “한기총 성명이 나오면 긴장부터 된다. 대정부 대사회 성명이라면 그에 합당한 논의구조를 거쳐 보다 격조있는 성명이 발표돼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기총 정체성에 맞는 성명을 낼 수 있는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 정신을 구현하려면 우선 부회장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부회장단에 주요 교단 총회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총회장들로서는 임원회 참석이 용이치 않다는 것. 이 때문에 한기총의 주요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회원 교단의 의사 반영과 공감대 확산이 어렵다. 현재 정관으로는 교단 및 교단장의 직인이 찍힌 위임장을 받은 교단 인사의 참석이 불가능하다. 만일 교단 부총회장이나 총무(사무총장)가 대신 참석할 수 있다면 임원회 결의 사항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교단 정책에도 반영시킬 수 있다.
한기총 성명서 작성과 발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이미 공표한 성명이 일주일 뒤 특정인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문장만을 삽입한 채 다시 발표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연출돼선 안 된다. 현재 성명 발표는 사무국의 초안 작성과 사무국장 총무 대표회장 결재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작용하면 회원 교단 및 단체의 중지를 모으지 않은 채 왜곡된 성명 발표가 얼마든지 가능케 된다. 성명은 66개 교단 및 19개 단체의 시대정신과 역사의식, 철학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념 스펙트럼이 아닌 예수의 정신을 담은 성명이 발표되도록 싱크탱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21개 상임위원회도 교단 네트워크를 가동하면 연합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인권·정보통신 등의 상임위들이 각 교단 관련 분야 책임자와 전문가 모임으로 확대하고 주요 합의안을 각 교단에 전달, 일사분란하게 집행케 하면 이벤트 행사는 최소화하는 대신 내실 있는 활동을 이끌 수 있다. 최근 예장 합동의 한기총 탈퇴 발언 무마책으로 논의된 상임회장 제도는 꼽씹어봐야 한다. 잇따른 선거 패배를 고려해 대표회장을 승계할 수 있는 상임회장제를 두자는 발상은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특정 교단만을 감안한 제도 개선은 연합 정신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