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경애 (1) “훌륭한 자녀 원하면 기도하는 부모 되세요”

입력 2010-01-25 21:11


‘20억 장학생 엄마’. 어느새 내 이름 황경애(미국명 에스더 최) 앞에는 ‘은혜 엄마’가 아닌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큰딸(최은혜)을 비롯해 두 아이(성찬, 은희)가 미국 정부나 빌게이츠재단, 대학 등에서 받은 장학금이 170만 달러를 넘겨 생긴 말이다.

은혜(25)는 보스턴대 국제정치학과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백악관 인턴십을 거쳐 미 정부 장학금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에서 유학했다. 지금은 미국 10대 로펌인 폴 바이스 법률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장남 성찬(22)은 보스턴대 4년 전액 장학생으로 미국 내 800만 대학생 가운데 32명만 뽑는 외교관 특별 프로그램 ‘펠로십’(10만 달러)에 합격한 예비 외교관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5년간 교육을 받고 나면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고 외교관으로 국제무대에 설 수 있다. 성찬이는 또 연예 기획사에서 “제2의 가수 비로 키워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183㎝에 만능 운동선수에다 춤 솜씨 또한 뛰어나 아이를 눈여겨본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막내딸 은희(20)는 하버드대 4년 전액 장학생이면서 빌게이츠재단 100만 달러 장학금을 받고 있다. 은희의 꿈은 가난한 나라의 도시를 개발해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나는 최근 들어 한국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그에 대해 강의를 다니느라 일정이 빡빡한 것이다. 교회,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세미나 요청을 받아 가면, 늘 한결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대체 어떻게 세 아이들을 그렇게 훌륭하게 키운 거예요?” 모두들 귀를 쫑긋하고 나의 대답을 간절히 기다린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똑같다.

“훌륭한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기도하는 어머니가 되십시오.”

자녀교육과 관련해 내 말의 처음과 끝은 ‘기도’뿐이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먼 이국 땅에서 홀로 키운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동반된다. 그러나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였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매일 시편 23편을 수시로 암송하고, 새벽기도와 저녁예배를 드림으로써 온전히 하나님만을 바라봤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낸 원동력이다.

요즘 전 세계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곳곳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고난은 변장하고 찾아오는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라고.

물론 나 역시도 어쩌면 그 사건을 겪기 전까진 그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밋밋하게’ 살았을지 모른다. 10여년 전 우리 가족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국제사기단에 걸려 전 재산을 몽땅 날렸다. 그때 남편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가출했고, 이때부터 나는 우리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 했지만, 어찌나 사는 게 힘들던지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날이 많았다. 그때마다 주님은 말씀을 주셨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