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내 개성병원 개원 5주년 그린닥터스 정근 상임대표 “북한 결핵퇴치 운동 모색”

입력 2010-01-24 19:34

“북한 개성공단 내 개성병원이 5년간 하루도 문을 닫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 의료봉사 단체인 그린닥터스(이사장 박희두)의 정근(50·사진) 상임대표는 개성병원 개원 5주년을 맞아 24일 “이 같은 성과는 가족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실천해준 수많은 의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닥터스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정 대표는 2002년 중국 옌볜(延邊)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다 북한 동포에게 의료 혜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끊임없이 준비하다 2004년 1월 그린닥터스를 창립했다.

그린닥터스가 개성공단의 응급의료시설 운영자로 선정되면서 2005년 1월 83㎡ 규모의 응급진료실 형태로 개성병원이 문을 열고 남측 의사들이 진료를 시작했다. 개성병원 진료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 지난 20일 누적 환자 수가 20만명을 돌파했고, 최근에도 하루 평균 200명의 근로자가 개성병원을 찾고 있다.

그동안 북한 핵실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현대아산 직원 장기 억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수차례 요동쳤으나 개성병원은 “개성공단에 근로자가 있는 한 정상 운영한다”는 각오로 하루도 문을 닫지 않고 진료를 계속했다.

지금은 활동 범위가 개성공단은 물론 개성시와 근처 사리원시까지 확대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국외 병원이 됐다.

개성병원도 처음에는 ‘YMCA 그린닥터스’라는 간판 때문에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북측 인사들이 기독교(YMCA)와 영어 명칭(그린닥터스)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5월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당한 북측 고위 인사를 개성병원 의료진이 고압산소를 통해 살려내면서 북측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고, 양질의 의약품을 끊임없이 제공하자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개성병원에서 남북한 의사가 공동 진료하는 문제를 우리나라 정부와 북측이 3개월간 협의해도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정 대표가 북측 고위 인사와 불과 30분간 면담해 해결했다.

정 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은 퍼주기가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개성병원은 남북 의료 협력을 넘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는 대한결핵협회 등과 공동 사업으로 북한 결핵퇴치 운동을 펼치는 등 북한 지역의 예방의학 사업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며 “그린닥터스는 순수 봉사 단체여서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