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정실·청탁 봉쇄’ 인사실험
입력 2010-01-24 18:42
“처음에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우리 조직을 모르는 외부 인사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많았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기업 최초로 개방형 승진심사제를 도입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승진인사와 관련한 비리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던 농어촌공사가 민간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개방형 승진심사제 등 강도 높은 인사쇄신 방안을 실행해 주목받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최근 실시한 승진 심사에서 교수와 중앙부처 인사담당 공무원, 전문컨설턴트 등 외부인사 3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개방형 승진심사제’로 1·2급 간부 승진자 53명을 확정했다. 승진 후보자들에게 최근 3년간 자신의 성과를 적어내게 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심사가 이뤄졌다.
공사는 또 승진심사 3심제를 도입, 단계별로 심사위원을 전원 교체하고 심사기준도 달리 적용했다. 1차 심사에서 승진 후보자들의 자질과 소양을 평가하고 2차 심사에서 개방형 승진심사제를 적용, 개인별 역량검증을 실시한 뒤 3차에서 최종 승진적격자를 선발했다. 그 결과 간부로 40대 초반의 젊은 직원이 발탁되고 여성 및 장애직원이 포함되는 등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효과는 외부 심사위원들이 내부 심사위원을 견제함으로써 심사과정에 정실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고, 인사 청탁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또 외부 심사위원들이 참여함으로써 종전에 비해 승진심사 자료를 더 충실하게 준비하고, 승진심사 방법 및 절차를 엄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외부 심사위원들은 심사과정에서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시스템 개선, 젊고 유능한 직원 발탁, 여성·장애직원 배려 등을 촉구해 향후 승진인사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사 관계자는 24일 “개방형 승진제 도입 효과를 구체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임직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외부 심사위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 직원 설문조사, 승진자 성과평가 등을 종합 분석해 개방형 승진심사 제도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공사는 업무성과가 낮은 지역본부장 1명을 문책하고 지사장 10명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한 데 이어 2급 지사장은 팀장, 3급 팀장은 팀원으로 보직을 강등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말까지 경영성과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