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고위험 자산에 뭉칫돈… ‘대박 욕심’ 주의보
입력 2010-01-24 18:43
25일 코스닥에 상장되는 영흥철강(철강선 제조업)의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491대 1. 지난 15∼18일 54억원 모집에 몰린 청약증거금은 무려 1조3272억원에 달했다. 오는 27일 코스닥에 입성하는 우리넷(통신·방송장비 제조업)의 청약 경쟁률은 726대 1이었다.
막대한 시중자금이 경기회복세를 타고 고수익·고금리를 좇아 자산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가 직면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오바마 쇼크’와 같은 단기 변동성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머니무브(Money Move)는 자산시장 거품이 절정에 달한 징후라는 경고도 적지 않다.
◇주식 거래 급증, 공모주 열풍 확산일로=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 합산)은 9조5274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6조5736억원보다 45%나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의 빚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들이 증권사에서 30일 또는 90일 기간으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달 4일 이후 지난주 말까지 3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고는 22일 현재 1조4006억원으로 29개월여(2007년 8월 16일·1조4138억원) 만에 최대치로 불어났다.
공모주 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모주 정보업체 IPO스톡에 따르면 공모 건수별 평균 청약증거금은 지난해 11월 6079억원, 12월 7645억원에서 이달 들어 854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총 13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데 2007년 10월(15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은행 고금리 예금은 조기매진, 부동산 매매도 들썩=예대율 규제로 예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내놓은 고금리 예금의 인기는 대단하다. 신한은행이 지난 4일 출시한 연 금리 4.9%의 정기예금은 4일 만에 한도 1조원을 채웠다. 지난달 21일 국민은행이 연 4.9%로 내놓은 예금상품은 3주 만에 8조3000억원이 몰리자 판매가 중단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포함)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8조5704억원이 순증했다. 지난해 11∼12월 월평균 순증액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 국민은행의 부동산중개업소 설문 결과, 매매동향을 ‘활발함’과 ‘보통’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지난 18일 기준 14.5%로 1주일 사이 1.8% 포인트 상승하며 3주 연속 증가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2주 연속 상승했다.
◇“위험자산 선호 강화” vs “거품의 끝자락”=대우증권 윤여삼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의 위기 국면이 해소되면서 단기 자금시장에 몰렸던 시중자금이 고수익성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지난해 3월 127조원으로 꼭지를 찍은 뒤 21일 현재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71조4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자산시장 투자 증가 현상에 부정적인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자산 가격이 오르는 저금리·고유동성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며 “돈이 자산시장에 대거 몰릴 때가 바로 꼭지였다”고 경고했다.
투자가 아닌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거래대금이 느는 것이나, 부동산 시장도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만 들썩이는 등 전반적으로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거래대금의 경우 지난해 주식 배당을 노리고 유입됐던 프로그램 물량 등이 현재 빠져나오는 상황에서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의 긴축, 미국의 금융 규제 강화, 한국의 경기모멘텀 하강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자산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현 황일송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