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남극대륙서 본격 탐사활동 돌입

입력 2010-01-24 18:34

우리나라 첫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 대륙의 첫 목적지이자 제2 과학기지 건설의 유력 후보지인 케이프 벅스(Cape Burks)에 도착해 본격적인 탐사 활동에 들어갔다.

24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아라온호는 지난 23일 오후 6시쯤(한국 시간) 남위 74도, 서경 136도에 위치한 서남극 케이프 벅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지난달 18일 인천항을 출발한 지 36일 만이며, 지난 12일 중간 기항지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항을 떠나 남빙양을 항해한 지 12일 만이다.

극지연구소 이지영 홍보팀장은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얼음층을 깨부수며 나아가 현재 케이프 벅스 대륙에서 약 9㎞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상태이며 접안시설이 없어 더 이상 접근은 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아라온호에 타고 있는 극지연구소 대륙기지 정밀탐사단 22명은 24일 낮 12시쯤부터 헬기를 타고 대륙에 상륙해 후보지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탐사단은 이곳에서 약 10일간 머물며 주변 지형과 빙하, 식수원 등을 살피게 되며, 탐사단을 내려준 아라온호는 이후 별도 지역으로 이동해 쇄빙 테스트를 계속한다. 이 팀장은 “날씨도 당분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돼 조사 일정이 단축될 수 있다는 위성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발 120여m인 케이프 벅스는 길이 35㎞, 폭 0.9㎞의 완만한 해안 지형이다. 평균 풍속은 초속 12.9m, 기온은 영하 12.4도, 연 강수량 165.6㎜로 기존 세종 기지보다 척박한 환경이다. 하지만 남극 대륙 내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으로, 온난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적합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타국의 상주 기지가 없어 연구의 주도권 확보 및 국제 공동연구프로그램 개발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재로선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케이프 벅스가 제2기지 건설지로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 1988년 남극대륙 서북쪽 킹조지 섬에 세워진 세종기지는 말 그대로 섬에 세운 기지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 대륙 내 기지 건설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세종기지보다 조금 작은 제2기지를 2014년까지 세운다는 계획이다.

한편 아라온호는 다음달 3일쯤 대륙기지 탐사단을 다시 태운 뒤 또 다른 후보지인 테라노바 베이로 이동해 후보지 답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전체 길이 109.5m, 너비 19m, 총톤수 6950t의 아라온호는 해양연구, 음파 탐지, 지구물리 탐지 등 60여종의 첨단 장비를 싣고 있다. 아라온호의 ‘아라온’은 ‘바다’를 뜻하는 한국 고유의 ‘아라’와 ‘전부’를 뜻하는 고유어 ‘온’의 합성어로 전 세계 모든 해역을 누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