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국회로… 정치판 뒤흔들 입법전쟁 신호탄
입력 2010-01-25 01:32
정부가 세종시 특별법 전면 개정안을 27일 입법예고키로 함에 따라 세종시 문제가 국회 내 입법전쟁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릐“이제 공을 국회로 넘길 때”=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현재의 정부 대(對)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야당의 갈등 구조가 친이 대 친박 및 야당 갈등으로 치환될 수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한발 빠지고 이제 공을 국회로 넘기는 게 맞다”며 “개정안을 넘긴 뒤 국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스위스 순방기간에 입법예고를 하는 것은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일 뿐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물론 세종시 문제를 더 이상 미뤘다간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증폭되며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치적 논란을 피하지 않고 부딪쳐 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또 한나라당 내 친이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을 3월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4월 임시국회나 6월 지방선거 이후 등 처리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도 깔려 있다. 당·정·청 고위급회동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등은 개정안 제출을 2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에 하라고 요구했다.
릐세종시 성격 변경=입법예고할 개정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세종시 기본 성격의 변경에 따라 법안 명칭이 바뀐다. 약칭으로 ‘행정중심 복합도시특별법’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특별법’으로 달라진다. 둘째로 원안에 없던 원형지 공급 등 인센티브가 개정안에 명문화된다. 세제지원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9부2처2청의 부처 이전은 삭제돼 사문화된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한 수정안의 골격이 완성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법 조항을 최소화하고 세부 내용은 시행령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도시법과 기업도시 개발특별법 등을 함께 제출해 혁신도시 등도 원형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키로 했다. 세종시 역차별 논란을 의식한 조치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23일 충북 청주를 방문해 국회 처리 시점과 관련, “행정 절차를 비롯해 충청민심과 수정에 반대하는 정치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4월에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처리 시점과 관련해 정부 내 합의점은 아직 없다”면서 “정 총리가 충청권 인사들을 많이 만나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같다”고 말했다.
릐전쟁은 지금부터=지금까지가 전초전이었다면 본 싸움인 입법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친이계 주류는 지구전으로 몰고 가겠다는 구상이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친박계 움직임을 볼 때 당장 이번주부터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또다시 전면에 나설 경우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친박계 의원들까지 가세하며 친이 대 친박 구도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여론전과 원내투쟁을 병행한다는 각오다. 정 총리 해임건의안은 여권을 압박하는 좋은 카드다. 하지만 여권의 물량공세 여론전으로 충청권 여론이 세종시 수정으로 유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없진 않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