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국내 유출…“부정 혜택 학생들 가려내겠다”
입력 2010-01-25 01:34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24일 국내에서 SAT 시험지가 잇따라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부정한 방법으로 혜택을 입은 학생들을 철저히 가리겠다”며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
ETS 관계자는 “용의자 내부 조사 자료를 경찰에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름대로 수집한 보안 위반 사례가 있다”며 문제 유출을 시도한 이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정보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용의자 조사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SAT에 응시한 학생들의 성적을 광범위하게 취소할 것인지 밝힐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칙적으로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은 SAT 점수를 취소하고 학교에 사실을 통보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조직적으로 SAT 시험 문제를 빼돌린 혐의(업무방해 등)로 SAT 유명 강사 장모(36)씨에 대해 24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장씨로부터 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대학생 차모(24)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는 서울 신사동 R어학원에서 SAT 수학·물리학 과목을 가르쳤고, 차씨는 장씨의 조교로 활동해 왔다. 장씨는 22일 오후 10시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차씨에게 “문제를 한번 빼낼 때마다 10만원을 줄 테니 SAT 문제지를 유출하라”고 지시했다. 차씨는 대학 친구와 후배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지난 23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SAT 시험을 치르던 중 물리학 시험지 10장을 빼돌리고 수학 시험지 1장을 절취하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SAT 수학·물리학 과목 시험지를 유출했다. 장씨는 사전에 유출할 문제들을 대학생에게 배분했고 차씨 등은 연필깎이용 칼로 문제지를 절단하거나 공학용 계산기에 문제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빼돌렸다. 장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주변 강사들을 보니 시험 문제를 확보해야만 맞춤형 족집게 강사가 될 수 있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학용 계산기에 시험 문제를 입력하는 수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학용 계산기는 알파벳과 수식을 입력해 저장할 수 있으며 수학 과목 시험을 위해 반입이 허용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유출한 시험지를 제3자에게 전달하고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메일과 금융 계좌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국내에서 SAT 시험 문제 유출이 적발됨에 따라 강남 학원가 전체로 SAT 문제 유출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