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식 사법부 흔들기 위험”… 법조계 ‘사법갈등’ 고언

입력 2010-01-24 18:55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등으로 비롯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사회적 대립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권과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사회 일각에 이성적 판단을 주문했다. 법원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동떨어진 것은 없었는지 뒤돌아봐야 하고, 여론몰이식 사법부 흔들기 역시 자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 판결 이뤄져야=법조계 인사들은 우선 사법부 독립과 관련, 사법권도 결국 국민으로부터 법률지식을 가진 판사에게 위임된 것인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홍석 한국헌법학회장(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24일 “법원 판결이 법조인과 국민의 기대, 예측 가능성을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판결이 제각각이라면 국민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판결이 계속 나와서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오해 소지를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주덕 법치주의수호국민연대 공동대표(변호사)도 “법과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이 있었다면 사법부도 비판받아야 할 부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 판단이 반드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간 논란이 됐던 일부 판결에 대한 지적도 수용할 줄 아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론몰이식 사법부 흔들기는 위험=그러나 정치적인 목적 등을 이유로 사법부를 무분별하게 공격하거나, 이로 인해 사법권 독립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법연구회와 관련이 없는 판사의 판결에 대해서도 우리법연구회와 연관시켜 비난하는 것은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런 비판이 결국 외부 압력으로 느껴져 판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최근 여권 공세와 관련해 “이념적 잣대에 맞지 않는다고 정치권 등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다고 대법원장이 재판에 일일이 간섭하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정치권과 검찰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문혁 서울대 법대 교수는 “우리 사법체계는 판결에 불복할 경우 항소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비판은 가능하지만 1심 판결에 너무 민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력 판사 확충은 쉽지 않을 듯=경력 판사 확대 또는 단독 판사의 경륜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판사의 자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경력을 어느 정도 갖춘 판사가 단독재판을 맡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판사 수급이나 대우 문제 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 교수는 “경험 많은 판사를 배치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많은 인원을 선발해야 하는데 문제는 유능한 변호사나 검사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임성수 양진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