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수도 외곽 카바레市 르포
입력 2010-01-24 19:43
1000명 부상·74명 사망… 전체 주민 4명중 1명이 난민 신세 전락 구호 혜택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집중… 곳곳엔 ‘죽음의 그림자’ 봉사단, 2차 분 2만달러는 오늘 국경 히마니 난민촌에 전달 예정
“우리에게 선을 보일 자 누구뇨.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들어 우리에게비추소서.”(시 4:6) 한국교회가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22일(현지시각)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카바레시에 3만 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전달하고 피해 주민을 위로했다. 구호품 전달은 최근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희망연대가 통합을 결의하고 아이티 지진 참사 돕기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금운동 중 일부를 현지에 직접 전달한 것이다. 2차분 2만 달러는 25일 아이티 국경 히마니에 설치된 난민촌에 의료품과 약품 등을 분배한다.
이날 한국교회봉사단 이인수 사무국장은 카바레시 토마스 조셉 윌 시장에게 한국교회가 보내온 구호품을 전달했다. 구호품은 우유 쌀 물 주스 비누 화장지 진통제 감기약 등 생필품과 기본 의약품 등 20여 가지다. 구호품은 당초 포르토프랭스 내 라디오 방송국인 카리브라디오방송에 기부하기로 계획했으나 수도에는 전 세계로부터 구호품이 집중되는 반면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구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 카바레시에 전달한 것이다. 이번 구호품 전달은 도미니카선교사협회와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인구 7만명 규모의 카바레시는 이번 지진에서 3000채 이상의 가옥이 파괴됐고 1000여명이 다쳤으며, 74명이 사망했다. 집을 잃은 주민 1만6000명은 길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윌 시장은 “한국인으로부터 구호품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구호품을 잘 분배해 주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달식은 시 청사의 붕괴로 임시 사무실로 사용 중인 카바레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주민 100여명이 이를 지켜보기 위해 몰렸으나 큰 어려움 없이 구호품을 인계했다.
이곳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로드니(37)씨는 “그동안 구호품이 수도로만 몰려 외곽 지역에는 약품이나 물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이 많았다”며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지만 한국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모시며 혼자 살다 이번 지진으로 모친을 잃었다는 치에이(20)씨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구호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집이 무너지면서 어머니가 그대로 깔렸다”며 “이젠 나 혼자다.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이날 오후부터 포르토프랭스로 들어가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거리는 사람들로 넘쳤고 공터 등 공간이 확보되는 곳이면 어디든 몰려있었다. 노점상과 상점도 문을 열었고 가게 앞에는 콜라 등 음료수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시내 언덕 위의 부촌(富村) 지역인 루엔 40번가 역시 처참했다. 시멘트로 지은 집들이 많아 피해가 컸는데 가옥은 그대로 무너져내렸고 일부 가옥과 상가 건물들을 중심으로 중장비를 사용해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내 주요 도로변은 마치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해가 지자 주민들은 모두 길 한가운데로 나와 텐트 속에서 어둠을 맞고 있었다. 동네의 무너진 집 앞에는 한두 명씩 보초를 서고 있었고 이는 밤이 되면 출몰하는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역 교회들 역시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이 지역 카네페복음주의교회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고 담임인 아르넬 패시 목사는 교인들을 챙기고 있었다.
패시 목사는 “이번 지진에서 포르토프랭스의 거의 모든 교회가 피해를 보았다”며 “한국교회가 우리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포르토프랭스= 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