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새 반값 뚝 ‘삼겹살의 역설’

입력 2010-01-24 23:13


대형마트 간 ‘삼겹살 전쟁’이 치열하다. 지난 7일 이마트발(發) 가격 경쟁이 시작된 후 1500원대이던 삼겹살(100g) 가격은 680원까지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는 것을 그동안 업체들이 폭리를 취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하지만 납품업체와 인근 정육점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24일 롯데마트 서울 영등포점. 오후 5시 현재 국내산 삼겹살 100g이 680원에 팔리고 있었다. 불과 2시간 전만 해도 710원이었다. 신세계 이마트 영등포점이 720원에 팔던 삼겹살을 이날 오후 들어 690원으로 내리자 맞불을 놓은 것.



대형마트 3사의 점포가 밀집해 있는 영등포 지역에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삼겹살 가격이 엎치락뒤치락한다.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삼겹살 소비가 크게 늘어 매장마다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 일쑤다.



이마트 영등포점은 가격인하 전 하루 평균 판매량이 50㎏ 정도였지만 가격인하 후 600㎏으로 급증했다. 롯데마트 영등포점 역시 90㎏에서 150㎏으로 늘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양사는 경쟁사가 가격인하를 계속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경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물량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마트나 롯데마트 모두 한 달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 순위 2위인 홈플러스는 이미 가격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지난 14일 삼겹살(100g) 가격을 880원까지 낮췄지만 21일 예전 수준(1580원)으로 회복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삼겹살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서 품절사태 등으로 인해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정상 가격으로 환원한 것”이라며 “이마트가 가격을 계속 내릴 경우 물량 수급에 문제가 없는 한 더 싼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대응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간 분초를 다투는 ‘10원 경쟁’이 결국 납품가 후려치기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많다. 서울 마장동축산물시장 관계자는 “현재 삼겹살 도매가가 1㎏당 1만~1만1000원(100g당 1000~1100원 수준)인데 대형마트에서 600원대에 판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팔수록 손해인 줄 알지만 다른 고기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유통업체 요구대로 하루에 1㎏당 9700원대에 납품하고 있다. 무리한 가격인하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납품업체)가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대형마트 인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현재 100g당 1500원 선에 판매하고 있는데 600원대에 파는 대형마트엔 당해낼 도리가 없다”며 “이마트의 가격인하 선언 이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