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극작가 3인방 작품·선교를 말하다… 믿음에서 출발 열정으로 완성 공감통해 감동

입력 2010-01-24 09:20


“두 분 작품은 글의 구성이나 체계가 탄탄해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다양하죠. 저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어요. 닥치는 대로 쓰다 보니 늘었다고나 할까요.”(손현미 작가)

“천만에요. 오히려 손 작가의 소탈하고 구수한 말맛은 제게 없는 부분이죠.”(김수경 작가)



“특히 부러운 것은 다작이에요. 성실과 열정이 없으면 안 되죠.”(김수형 작가)

18년 동안 몇 편을 썼느냐고 묻자 한참을 헤아린다. 손 작가는 연극만 30여편 썼다. 김수형(43·나들목교회) 손현미(42·영일교회·여) 김수경(41·21세기푸른나무교회·여) 작가는 기독 극작가 3인방으로 불린다.



개 교회를 비롯해 대학로 무대에 오르는 기독교적인 뮤지컬, 연극 등의 대부분이 이들 작품이다. 특히 관객을 성도에서 일반인으로 확대시킨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소재, 등장인물 등이 모두 성경에 기초해 비기독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이들을 지난 21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좁은 연극계, 특히 문화사역자로서 서로 너무 잘 아는 사이지만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라며 반가워했다. 모두 극예술 문화사역자이지만 그만큼 서로 다른 화법, 다른 공동체를 통해 헌신하고 있었다.

김수형 작가는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대본을 처음 썼다. 이것이 연극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가 됐다. “연극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대학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연기자가 되려 했죠. 그런데 하나님은 작가 쪽으로 이끄셨어요. 교계에는 작가가 더 필요하니까요.”

김 작가는 졸업 후 성극집 ‘다섯 번째 자살’을 내면서 작가로 데뷔한다. 이후 15년 동안 많은 작품을 썼다. 특히 연극 ‘자아도취’는 대학예배에서 100회 이상 공연됐으며, ‘이야기 숲에서’도 많은 교회가 직접 무대에 올렸다. ‘나무야 바람이 불면’도 2008년 연말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무대에 올린 판소리극 ‘닭들의 꿈, 날다’는 28일부터 25일간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앙코르 공연한다. 김 작가가 직접 연출한다.

그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아름다움과 사랑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애써왔다”고 말했다. 지난 12년 동안 몸담았던 공연문화 공동체 ‘문화 행동 바람’이 터전이 됐다. 요즘은 예배 디렉터로, 가정교회의 목자로 교회를 섬긴다.

김 작가는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교회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창조성, 심미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손현미 작가는 “작가라는 것이 영 어색하다”고 했다. 하지만 손 작가는 예수의 사랑을 주제로 다루면서도 교계를 넘어 일반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1994년 한국희곡 워크숍에 당선된 ‘가마솥에 누룽지’를 비롯해 뮤지컬 ‘성 춘향뎐’, 연극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화장하는 여자’, 오페라 ‘탁류’ 등을 썼다.

“20년 전엔 피 흘리는 예수, 이스라엘 등이 반드시 극에 나오는 성극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쓴 게 산동네 하숙집의 군상을 그린 ‘가마솥에 누룽지’였죠. 이를 남편이 한국연극협회의 공모전에 냈는데, 당선됐고요. 연출은 사람도 없고 제작비 절약도 해야 하니까, ‘무식이 용감’이라고 하게 됐고요. 호호”

손 작가는 블랙 코믹 뮤지컬 ‘4번 출구’를 연출하고 있다. 자살 동호회를 소재로 내달부터 두 달 동안 서울 대학로 바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손 작가는 2년 전 남편과 함께 극단 이룸씨어터도 만들었다. 이전에는 서울 영일교회의 선교연극단으로 시작한 극단 말죽거리에서 18년 동안 사역했다. 그는 “그동안 연극을 통해 교회 안에서 잃어버린 양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제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부름을 받았다”는 말로 사역의 방향을 설명했다.

앞의 두 작가가 연출까지 한다면 김수경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24세에 만평과 우화를 직접 그린 ‘하나님은 사랑에 눈이 멀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펴냈다. “어려서 미대를 꿈꾸긴 했지만 배운 적은 없고요, 부모한테 물려받은 정도랄까요.”

그는 이어 일곱 권 정도를 더 냈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돈도 제법 만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1999년 현 문화행동 아트리의 뮤지컬 ‘오마이갓스?’(더 플레이 전신)의 극작에 참여하면서 출판 활동을 접었다. 문화사역자로 거듭났다.

김 작가는 2002년 제8회 뮤지컬 대상 극본상을 받은 ‘더 플레이’를 비롯해 뮤지컬 ‘루카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연극 ‘의’ 등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루카스’는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소설에 도전하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이보다 훨씬 뛰어나고 재미있는 소설을 써서 기독교의 왜곡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했다.

문화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화 선교도 해외 선교와 똑같이 순교를 각오한 사역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한달에 20만원도 못 받고 헌신하는 이들을 한번쯤 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김 작가의 작품은 내달 17일∼4월 3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그리스도인 형을 대신해 새 삶을 산다는 내용의 연극 ‘의’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