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로 2년 만에 복귀 조정은 “유학 통해 다양한 역할 훈련”

입력 2010-01-24 17:34


뮤지컬 배우 조정은(31)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로미오와 줄리엣’ ‘미녀와 야수’에서 잇달아 주연을 따내며 스타로 부상한 그는 2007년 ‘스핏파이어 그릴’을 마치고 돌연 유학길에 올랐다. 20대 후반 전성기에 접어든 여배우의 행보로는 이례적이었다.

최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은은 “왜 유학을 떠난거냐”라는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학위취득 같은 특별한 목적은 없었어요. 그냥 예전부터 유학을 가고 싶었거든요.” 스스로도 대답이 싱겁다고 생각했는지 “‘미녀와 야수’를 할 때 외국 스태프가 일하는 방식이 국내 스태프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뮤지컬은 외국문화니까 외국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조정은은 로얄 스코티시 아카데미 오브 뮤직 앤 드라마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생활이 가져온 변화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한동안 뜸을 들이던 그는 “기자분들은 이런 얘기 별로 안 좋아하시던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어요.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끼니 모든 상황을 맡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분인지 알게 됐어요. 하나님이 이 시간을 허락해주셨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학생활이 아니었으면 하나님을 그냥 적당히 알았을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서 조정은도 유학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그동안 재능에 기대고 어깨 너머로 배웠던 발성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그는 “덕분에 그동안 노래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있던 안 좋은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학 전에 조정은은 ‘공주과 여배우’의 이미지였다. 해왔던 작품의 배역이 그랬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도 그런 이미지 안에 고정돼 갔다. “한국에 있을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유학을 가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보니 새삼 깨닫게 됐어요. 그런데 거기선 아무도 그렇게 생각을 안 하잖아요. 학교에서 여러 가지 역할도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작품에 대해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게 되는 태도를 갖게 됐어요.”

그는 숱한 러브콜을 거절하고 소극장 뮤지컬인 ‘로맨스 로맨스’를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제안을 받은 작품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는 게 이유다. 1막과 2막이 각각 다른 작품으로 구성된 이 무대에서 조정은은 두 가지 역을 연기한다. 1막에서는 화려한 연애경험이 많은 상류층 여성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 평범한 서민으로 변장하는 조세핀을, 2막에서는 13년지기 남자친구와 불륜관계에 빠질 뻔 한 유부녀를 연기한다. “그동안 제가 안 해봤던 캐릭터예요. 누구나 꿈꾸는 로맨스를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고 고급스러워요. 음악도 1막은 세미클래식이고 2막은 팝적인 요소가 강해요.”

그는 “예전에는 ‘로맨스 로맨스’의 배역처럼 과하게 표현하는 게 정서적으로 부대꼈고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재미를 느끼고 어떤 배역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하는 이미지는 없어요. 이걸 해도, 저걸 해도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하얀 도화지같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로맨스 로맨스’는 조정은을 비롯해 그룹 VOS의 박지헌, 뮤지컬배우 최재웅 전나혜 이율 등이 출연한다. 2월 9일부터 4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이다 1관에서 공연된다(02-501-7888).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