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래창 (20·끝) 새로운 도전을 기도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
입력 2010-01-24 17:40
직업도 없고 구체적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 생계에 허덕이던 20대 중반의 어느 날, 작은 변화의 조짐이 찾아왔다.
형님과 함께 셋집을 옮기던 날, 이사 간 집주인 아주머니가 뛰어나오며 반겼다. “어젯밤 꿈에 잘 생기고 훤칠한 청년 둘을 봤는데 바로 이 청년들이었나 보네. 주위에 맑은 샘물이 콸콸 넘치는 게, 이건 틀림없이 청년들이 나중에 크게 성공하고 부자 될 거라는 꿈이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미신 꽤나 좋아하시는 분이네’ 했다. 당시는 신앙심이 깊지 않았지만 명색이 목회자 자녀인데 그런 말을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 역시 크리스천이었다. 기도를 굉장히 많이 하시고 때때로 예언의 은사를 받기도 하는 분이었다.
그 사실을 알자 꿈 이야기가 자꾸 생각났다. ‘하나님께서 아주머니를 통해 우리 형제에게 주신 메시지가 아닐까.’ 그때쯤부터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지녀왔던 불안을 끊어버리고 결국은 잘되고, 복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 10일 나는 소망교회 원로장로로 추대됐다. 소망교회의 초대 1기 장로로 피택된 지 28년 만에 새 직함을 받으니 감회가 컸다. 추대식에 참석하자 처음 소망교회를 찾았던 때가 떠올랐다. 1979년 신촌장로교회 아동부 교사 겸 남선교회 총무로 일할 때였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숭의여전 학장으로 계시며 막 교회를 개척하셨던 곽선희 목사님을 초청 강사로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 상가 한 쪽에 성도 50여명이 모인 수요 저녁 예배에 참석했던 나는 곽 목사님의 사도행전 강해에 완전히 매료됐다. 밭에서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자기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다는 말씀(마 13:44)이 떠오르며 ‘신앙생활을 알차게 해 줄 보화가 여기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재산을 팔아서 밭을 사겠다는 결단으로 16년간 다니던 교회를 떠나 소망교회로 옮겼다. 워낙 중책들을 맡고 있던 터라 옮기는 데만 6개월이 걸렸지만 주저함은 없었다. 그 결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여명 성도가 7만여명이 되는 동안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복이었다.
지난해 말 한국장로신문사 사장 취임식 때 취임사에서 내 인생의 말씀으로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요 14:18)는 구절을 소개했다. 어려서부터 장성하기까지 사업을 하고 교회와 교단 일을 하는 과정 과정마다 하나님은 나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으셨다. 평생 내 의식주를 남에게 의탁한 일 없으나 대신 평생 수많은 분들에게 기도의 빚을 졌다. 그 덕에 숱한 고비 앞에서도 형통할 수 있었고 단 한 번도 남에게 멸시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겪지 않았다. 하나님은 이런 분이시다. 하나님 슬하에서 살기만 하면 틀림없이 그분의 자녀로 대우해 주신다.
지난 15일 한 세미나에서 설교를 듣는 도중 하나님의 새로운 음성을 들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9) 살아오는 동안 시간마다 사건마다 하나님께서 새 일을 행하셨고 기적을 일으키셨다. 그리고 앞으로도 새 일을 주실 것이고 기적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는 지금 나는 최고로 행복하다.
정리=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