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오종석] 하이난 ‘묻지마 투기’ 광풍
입력 2010-01-24 18:55
‘배추를 사듯 주택을 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에 올 들어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狂風)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이난은 ‘휴양 천국’으로까지 불리는 국제관광섬으로 중국 내륙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많은 외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중국 국무원은 신정 연휴 직후인 지난 4일 ‘하이난 국제관광섬 건설 발전 추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하이난을 포함한 시사군도 지역에 외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면세쇼핑 지역을 대폭 확장하는 등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종합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중국 각지의 부동산 개발상들이 하이난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하루 평균 200여명이 주택 등 부동산을 사러 온다고 한다. 묻지마식 구매도 늘고 있다. 한 부동산 업자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현지 부동산 관계자를 통해 한꺼번에 16채의 집을 구입했다고 한다. 현지 한 부동산 관계자는 “배추를 살 때도 골라서 사는데, 주택을 보지도 않고 한꺼번에 몇 채씩 사는 사람이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성도인 하이커우(海口)를 중심으로 하루에 ㎡당 1000위안(17만원)씩 폭등한다는 얘기도 있다. 휴양도시 산야(三亞)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는 산모씨는 “지난 연말 ㎡당 1만3000위안이던 주택 가격이 최근에 2배 이상 올랐다”며 “그나마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매물이 줄어들면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사전에 부동산 매매상에게 예약금을 주고,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웨이류청(衛留成) 하이난 당서기는 “지나친 경쟁을 하거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개발상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하이난 개발계획이 정식으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비준을 받기 전까지 일체의 신규 토지개발 프로젝트의 비준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NDRC는 오는 3, 4월쯤 계획을 심사해 비준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