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ADHD

입력 2010-01-24 17:37


저학년 때만 해도 공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흥미를 잃고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 아이의 의욕 저하, 또는 우울증 등이 아닐까 해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다.

이런 아이 중에는 부모의 양육에 문제가 있거나 아이가 우울증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질적으로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데도 행동이 산만하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고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어릴 때 심리검사를 통해 ADHD 증세를 확인하고도 ‘산만하지도 않은데 무슨 ADHD…’라며 방치하다가 중학생이 되어서 성적이 차츰 떨어지자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을 통해 ADHD가 널리 알려지면서 ADHD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의 편견을 낳기도 했다. 보도에 나타나는 ADHD 모습이 난폭하거나 행동이 매우 산만해 ‘아주 특이한’ 아이로 비춰져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ADHD가 있는 아이의 일부는 극심하게 공격적이고, 산만하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은 공격성이 심하지 않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공격성이 덜하다.

ADHD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충동성과 과잉행동만 있는 과잉행동-충동 우세형과 부주의, 집중력 저하만 있는 주의력 결핍 우세형,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복합형 등이다.

이중 전체 ADHD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의력 결핍 우세 형은 전혀 산만하지 않거나 충동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통 아이들보다 순하고 얌전해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도 ‘ADHD 아이는 모두 산만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ADHD는 마음의 병도, 정신의 병도, 성격 이상 질환도 아니다. 뇌 전두엽의 성숙도가 보통 아이들에 비해 떨어질 때 나타나는 신체 질환이다.

그렇다고 CT나 MRI 검사로 결함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뇌 속에 현격한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관리가 필요한 병일뿐이다.

만약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데도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한 가지에 빠질 경우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 한 번쯤 ADHD를 의심, 소아정신과를 방문해 선별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ADHD는 고혈압이나 당뇨병보다 훨씬 더 관리하기가 쉽고, 완치도 가능하므로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이호분 연세누리소아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