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선거광고 무제한 허용… 11월 중간선거 판도 변화 불가피
입력 2010-01-22 18:38
앞으로 미국에서 기업들이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당장 11월 중간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금권 선거 논란도 거세게 불 전망이다.
미국 대법원은 21일 기업과 노조가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선거 광고 자금을 집행하는 것을 제한한 정치자금 규제법 조항은 미 수정 헌법 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1947년 제정된 정치자금 규제법을 63년 만에 무력화시키고 1990년 같은 사안을 두고 합헌 결정을 내렸던 대법원 판결을 20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현행법은 선거 이슈에 대해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기업 광고는 허용했지만, 특정 후보를 거론하며 지지 혹은 비난하는 선거 광고는 금지해 왔다.
보수 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등 5명은 찬성 의견을 냈고,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등 4명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또 선거일 전 30일 동안은 기업, 노조, 비정부기구(NGO)가 선거 관련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매케인-파인골드’ 법안의 제한규정도 해제했다. 반면 기업과 노조가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직접적으로 정치헌금을 할 수 없게 한 현행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이 가져다 줄 파장은 적지 않다. 기업들이 11월 미 의회 상·하원 선거 때 친기업 성향인 공화당 후보들을 위해 선거 광고 지원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조 역시 광고비 집행이 가능해졌지만 파괴력 면에선 기업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또 선거일 막판까지 기업들의 선거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네거티브 광고가 난무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대통령은 판결 직후 대형 석유회사와 월스트리트, 건강보험회사 등을 지목하며 “특수 이익집단들의 돈이 정치권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도록 ‘통과 신호’를 보내준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이 선거 광고비를 집행할 때 주주 사전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 판결의 원인 제공자가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8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지지단체가 만든 ‘힐러리:그 영화’라는 다큐멘터리를 법원이 방영 규제를 하자 클린턴 장관 측이 불복해 소송을 낸 것이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