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약탈 줄고 치안 확보… 국제사회 도움속에 안정 찾아가
입력 2010-01-22 21:48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지진 발생 전 과거의 평온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지진 열흘째인 21일(현지시간) 난민들에 대한 배급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경제활동도 재개되는 모습이다.
대규모 난민촌 주변에는 밀가루로 튀김을 만들어 팔거나, 집에서 챙겨 나온 물건을 내놓고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쓸 만한 물건이 부족해 보였지만 거리 시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최대 텐트촌’ 대통령궁 앞 샹마르스 광장에는 인터넷 카페도 등장했다. 이곳에는 1만2000여명이 모여 지내고 있다.
이들은 밤이면 길바닥에 담요를 깔고 함께 잠을 잔다. 낮에도 가림막을 치고 밥을 함께 지어 먹는다. 물이 부족하니 빨래도 함께한다. 아이들은 어울려 공을 찬다. 지진 이후 광장에서 잠을 잔다는 월게스는 “취사도구도 부족하고 먹을거리도 거의 없어 자연스럽게 공동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숙을 하는 이재민끼리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지진으로 문을 닫았던 아이티 은행들도 대부분 이번 주말부터 업무를 재개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봉제업체 퍼시픽스포츠도 전날부터 공장을 재가동했다. 이봉예(49) 대표는 “공장 건물은 무사하다”며 “직원들도 빨리 출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은 이날 약탈이 크게 줄고 치안도 확보됐다고 밝혔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도 “정부가 통제력을 되찾고 있다”면서 “구호활동도 조직화되고 있고 상황도 계속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카이 지역의 한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발생, 재소자 10명이 숨지고 16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재소자들을 설득해 대규모 탈출 시도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토프랭스가 안정을 되찾는 데는 국제적인 원조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미군이 치안을 장악하고 구호물자 배급에 직접 나서면서 사람들이 공황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굿네이버스도 이날 한국 국제구호단체로는 처음으로 쌀과 콩을 700여 가정에 배급했다. 굿네이버스의 배급 현장도 미 해병대가 경계를 서면서 질서가 잡혔다. 구호단체들도 활동 방향을 긴급구호에서 재건과 복구로 전환하고 있다. 굿피플 기아대책 등의 의료진도 곧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포르토프랭스의 노숙인은 50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집이 성한 사람들도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불안해서 집에 있지 못 하겠다”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티 정부는 이들 노숙인을 시 외곽으로 대거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포르토프랭스=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