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대책 긴급구호팀 김정민씨 “구호물품 쌓이는데 나눠주기 어려워”
입력 2010-01-22 18:38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와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를 오가며 구호물자를 나르고 있는 한국기아대책 긴급구호팀 김정민(49)씨는 공주생명과학고 생물 교사다. 그는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태 때부터 7년 동안 자비를 들여가며 긴급구호 현장을 누비고 있다.
“원래는 야생동물구조협회에서 활동했어요. 학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자연스럽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구호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이상하게 큰 재난은 꼭 방학 때 일어나더라고요. 이번 아이티 지진도 마찬가지고요.”
아이티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그는 방학에 계획했던 연수와 논문 준비, 가족여행 등을 모두 미루고 달려왔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째가 되는데도 행정력이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어요. 유엔도 현지본부가 무너지면서 무기력한 상황이죠. 구호물품은 쌓이는데 나눠주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구호 현장에서 그는 퉁퉁 불은 시신이 물에서 썩어가고, 이번 아이티 지진 사태처럼 아예 쓰레기 취급되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긴급구호 경험을 자주 소개한다.
“제가 경험한 재난 현장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해주면 자신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아이들이 가끔 있어요. 그런 게 보람이죠.”
평소에도 늘 ‘긴급구호’ 현장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놓고 있다는 그는 한국에서 오는 의료진을 안내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포르토프랭스=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