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강력 개혁안… 월가 뿌리째 흔들

입력 2010-01-22 18:31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강력 은행개혁 구상은 그대로 실현된다면 월가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만한 것이다.

하지만 월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법안을 처리할 의회가 전적으로 찬성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실제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를 바꾼다=그동안 월가의 규모를 팽창시키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자본으로 채권과 주식, 각종 파생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영업 방식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동을 걸면 상당한 수익원이 사라지고, 지금 월가를 대표하는 대형금융기관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사실상 투자은행과 상업은행도 구분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적용돼온 ‘대마불사(大馬不死)’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 세금이 더 이상 월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혁방안의 핵심은 은행의 자기자본투자인 프랍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 방식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금융 위기를 초래했으며, 또다시 일어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보호를 받는 상업은행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투자하거나 소유하는 것을 금지, 사실상 자기자본투자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월가의 탐욕스런 고수익 영업행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개혁은 1999년부터 허용해온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 겸업을 다시 제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글래스 스티걸법’에 따라 1933년부터 60여년 동안 은행 업무영역을 분리해 왔었다. 따라서 대부분 자기자본으로 투자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이 업무를 따로 떼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은행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기관들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발과 전망=금융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방침에 대해 월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월가는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들에 대해 금융위기 책임 수수료를 부과해 혈세를 모두 회수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터다.

은행개혁안이 실행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고객 업무와 사모펀드 비즈니스 및 프랍 트레이딩를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비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애커먼 최고경영자(CEO)도 “문제는 은행의 위험한 투자이지 규모가 아니다”면서 “대형은행이 갖는 경쟁력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오바마 구상이 실현되려면 “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해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공화당은 은행에 대한 금융위기 책임 수수료 부과나 은행개혁방안 등 금융산업 전반을 바꾸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입법안에 대해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