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급락… 美·EU·中 악재 겹쳐
입력 2010-01-22 18:30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발 불안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그리스 재정 위기 해결 방안과 미국의 강력한 은행 규제 추진은 안전자산 선호를 촉발하고 글로벌 유동성 규모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여서 파장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시장 위험요인”=22일 한국은 물론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원·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데는 중국의 긴축기조 전환 본격화, 그리스 재정 위기 해결 지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은행 규제 추진 의지 표명 등 3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첫 번째 중국의 긴축기조 전환의 경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여서 증시 단기조정의 빌미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유럽과 미국발 불확실성이다. 유럽연합이 그리스 재정 위기 지원책을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비슷한 사정의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이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은행 대형화 규제와 과도한 위험 투자 제어는 글로벌 달러 투자자산의 감소를 촉발할 ‘잠재적 악재’가 될 수 있다.
신동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금융산업 지원에서 금융산업 억압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금융시장에 큰 위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은행 규제가 일시적으로 투자심리에만 영향을 미칠지 글로벌 유동성까지 위축시킬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다음주 초까지 뉴욕과 유럽 증시, 외환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미 상업은행 규제의 충격에 글로벌 증시가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레버리지를 한차례 줄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위축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부각되며 은행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KB금융(-3.74%), 신한지주(-4.10%), 하나금융지주(-2.96%) 등을 중심으로 금융업종 지수는 3.11% 내렸다.
◇“환율 1160원대까지도 상승”=연초 이후 이어져온 원화 강세 기조는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미국발 악재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강세로 급격히 돌아서자 역외 세력들이 보유한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산 뒤 이 달러로 엔화를 다시 사들이는 거래를 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당분간 환율은 1165원에서 1130원대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1120원대를 넘나들던 원화 강세기조는 당분간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