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發 악재’ 금융시장 요동… 중국 긴축 가시화에 美 은행 규제책 발표 겹쳐
입력 2010-01-23 00:05
미국의 은행 규제와 중국의 통화 긴축 등 해외 발 악재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7.66포인트(2.19%) 내린 1684.3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7일의 75.02포인트 이후로 최대 낙폭이다. 이날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만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최대 규모인 43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일본 닛케이지수(-2.56%), 대만 가권지수(-2.47%), 중국 상하이종합(-0.95%) 등 아시아권 증시도 줄줄이 밀렸다. 영국 FTSE100지수, 독일의 DAX30지수, 프랑스의 CAC40지수 등 유럽 증시도 장 초반 1%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90원 급등한 1151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데는 중국의 긴축정책이 가시화돼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대형 은행 규제책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TV 연설을 통해 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하는 과도한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규제키로 하는 등 메가톤급 은행 규제책을 내놓았다. 이렇게 될 경우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는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투자 영업의 규제가 불가피해 사실상 겸업이 금지되는 등 대형 금융사들의 축소가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들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고객 예금과 신탁자산의 안정 운영을 넘어, 자기자본투자(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 영업 규제 등 강력한 은행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체 예금이나 차입금으로 위험투자를 감행하는 은행들까지도 금융당국 보호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은행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백악관은 다음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은행개혁 구상을 설명하고 동맹국들의 공동 보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