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시국선언·용산참사 시국사건 판결 줄줄이 대기… 法-檢 갈등, 앞으로가 더 문제
입력 2010-01-22 18:20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에서 시작된 법원과 검찰, 여권과 사법부의 갈등이 자칫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 정치권이 22일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사법갈등 사태는 일단 주춤하고 있지만 앞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판결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갈등과 논란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별 사안이 생길 때마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법권 독립, 좌우 이념 등을 둘러싼 소모적인 비난과 반박을 반복하기보다 건전하게 비판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는 사건은 다음달 4일 선고가 예정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간부들의 시국선언 사건, 9일 MBC PD수첩에 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 등이다. 쌍용차 파업 노조 간부의 1심 선고, 전국공무원노조 시국선언 사건 선고도 남아있다. 검찰의 용산참사 항소심재판부 기피신청,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역시 결과에 따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판사를 위협하고 대법원장 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등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일상화된다면 민주주의를 스스로 짓밟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법원 내부에서도 사법권 독립만 선언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판결이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무줄 양형’ ‘튀는 판결’ ‘이념 경도’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판사들은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부는 국민 신뢰가 존립 기반”이라며 “법원 판단이 국민 정서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단독 재판부에 경력이 길지 않은 젊은 법관보다는 좀 더 경륜 있는 판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판결이 나올 때마다 감정적으로 반발하기 앞서 무리한 수사나 기소는 없었는지 되돌아 보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토론과 의견은 보장돼야 하지만 수위를 넘어선 행동이나 주장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우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판결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부 언론이 사법부를 흔든다면 판사가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건의 원인을 분석해 법원과 검찰이 차분하게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양진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