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혁명 그 다음은?… “키보드·키패드는 가라” 각종 디지털 스크린 장악

입력 2010-01-22 18:17


키보드나 키패드를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입력 방식(UI·유저인터페이스)은 한물갔다. 터치스크린 시대다.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등 소형 디지털기기를 장악한 ‘터치 UI’는 사이즈가 더 큰 노트북과 모니터로 확산되고 있다. 터치 방식 다음 타자로는 음성이나 몸짓, 눈동자 움직임을 인식하는 ‘내추럴 UI’가 대기 중이다.

터치는 쉽고 직관적이어서 UI의 대세가 됐다. 휴대전화의 경우 기기 안에 많은 기능이 들어가면서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하는 터치 UI가 필요해졌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폰은 휴대전화에 PC 기능이 더해진 것이기 때문에 터치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운영체제인 ‘윈도7’을 출시한 이후 터치 UI는 PC로 확대되는 추세다. 윈도7이 여러 손가락의 움직임을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PC 제조사들은 앞다퉈 터치 UI PC를 내놓고 있다.

이 중 올해 가장 유력한 아이템은 소형 터치스크린 PC를 일컫는 태블릿PC다. 미국 애플사가 오는 2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 센터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연다고 AFP통신이 22일 전했다. 업계에선 10∼11인치 화면의 태블릿PC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영화, TV, 전자책, 신문 등을 즐길 수 있는 기기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때와 맞먹는 충격을 기대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애플에 맞서 태블릿PC 대열에 뛰어들었다. HP와 델은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 가전 전시회 ‘CES 2010’에서 시제품을 선보였다. MS와 구글도 태블릿PC를 준비 중이다. 스티브 발머 MS 회장은 지난 6일 CES 기조연설에서 HP 태블릿PC를 들고 나와 “키보드가 필요 없는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조만간 태블릿PC를 내놓을 계획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터치폰으로 사람들이 터치에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태블릿PC 시장이 충분히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PC와 달리 TV는 사용자와 화면이 멀리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유효한 터치 UI가 적합하지 않다. TV에선 화면 대신 리모컨에서 터치 UI가 구현되는 추세다. 기존 리모컨에 터치 패드를 장착, 조작을 더 쉽게 하는 방식이다.

터치 UI가 자리 잡으면서 터치 이후의 UI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MS는 음성, 동작, 눈동자 움직임 등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컴퓨터와 소통하는 ‘내추럴 UI’를 개발 중이다. 컴퓨터에 말로 명령하거나 눈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웹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는 방식이다. 또 MS가 연내 출시하는 나탈 시스템은 사람의 동작을 인식, 사용자가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 게임기 화면에서 공이 날아간다.

최근 구글이 선보인 스마트폰 ‘넥서스원’에는 보이스 키보드가 장착돼 음성으로 이메일 작성, 웹 검색 등이 가능하다. 터치폰 키패드의 불편함을 음성 인식 기능으로 해소한 것이다. 발머 MS 회장은 “차세대 컴퓨팅 기기는 음성이나 동작 인식 UI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