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필리핀 경인마을 10주년 맞아 컴퓨터학습센터 설립
입력 2010-01-22 18:16
2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필리핀 중남부 보홀섬 딱빌라란의 ‘경인마을’에서는 의미 있는 축제가 열렸다.
105가구가 사는 이 오지 마을에 한국의 경인여대가 필리핀해비타트와 협력해 컴퓨터학습센터를 조성, 헌정식을 가진 것이다. 행사에는 박준서 총장 등 경인여대 간부들과 학생, 해비타트 관계자, 현지 주민 등이 참석했다.
보홀섬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30분가량 더 날아가야 하는 곳으로, 바로 북쪽에 위치한 세부처럼 스쿠버다이빙 등 영세한 관광업이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특별한 직업이 없는 빈곤 지역이다.
한때 일본 점령지였던 딱빌라란의 허허벌판에는 1998년 여름방학 때 경인여대 해외봉사단 80명이 필리핀해비타트와 협력해 처음으로 ‘사랑의 집’ 20여채를 지었다. 같은 해 겨울방학과 이듬해 여름 및 겨울방학 때 여학생 120명씩이 찾아 80여채의 집을 추가로 지어 기증했다. 현지에서는 이에 대한 감사 표시로 이 마을을 ‘경인마을’로 명명했다. 당시 세워진 집 벽면에는 ‘98학번 김○○’ ‘99학번 박○○’ 등 봉사했던 학생들의 이름이 선명히 남아 있다.
마을 설립 10년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현지를 둘러본 학교 측은 마을에 사이버 교육센터를 건립키로 하고 해비타트의 도움을 받아 시유지 1500㎡를 확보, 42㎡ 규모의 ‘경인컴퓨터학습센터’를 세웠다. 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 14일부터 학생 40여명과 교직원들이 불편한 잠자리와 더운 날씨 속에 구슬땀을 흘렸다.
헌정식에서 이사벨리토(39) 경인마을 촌장은 “세계 각국의 해비타트들이 집을 지은 뒤 다시 찾아오지 않았지만 경인여대만은 다시 방문해 센터를 세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원주민 어린이 100여명은 처음 본 컴퓨터가 신기한 듯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원주민들은 경인여대가 바나나 수프를 내놓자 길게 줄 지어 서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10여년 전 더위에 지쳐 실신하기도 했던 여학생들을 기억하는 원주민들은 한국인들을 반갑게 맞았다.
당시 경인마을 조성 등 해외 봉사활동을 주도했던 김길자 명예총장은 감회가 새로운 듯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가 필리핀의 원조를 받았는데 지금은 우리가 돕고 있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1992년 경인여대 초대 총장으로 부임, ‘세계시민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95년 사회봉사센터를 창단해 세계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단네리림 딱빌라란 시장은 경인여대 인사들에게 “10년 전 사랑의 집 105가구를 세운 경인여대가 컴퓨터 학습센터까지 마련해줘 시민들을 대표해 감사한다”며 거듭 사의를 표했다.
컴퓨터 학습센터를 기증받은 경인마을 측은 마을의 비포장 도로를 ‘경인대로’로 명명키로 했다. 경인여대는 6개월 후 컴퓨터 10대를 추가로 보내고, 체육시설이 없는 이 마을에 농구장을 만들기로 했다.
딱빌라란(필리핀)=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