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노’로 돌아온 오지호 “긴장 풀 수 없는 멜로, 액션보다 힘들어”

입력 2010-01-22 10:55


지고지순한 남편 ‘온달수’(MBC ‘내조의 여왕’·2009)가 조선 최고의 무장 ‘송태하’로 돌아왔다.

KBS 2TV 수목 드라마 ‘추노’에서 한층 깊어진 눈빛과 잘 다져진 몸매로 여심을 사로잡은 오지호(34)를 21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제는 제천, 내일은 안동이에요. 현재 11∼13회 찍고 있는데 하도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셀 수가 없네요. 현대극은 촬영지가 카페나 세트장 위주였는데 ‘추노’에서는 생태계 보호구역, 시골 마을 등 처음 가본 곳이 수두룩해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이런 게 사극의 잔재미인가 봐요.”

‘두번째 프러포즈’(KBS·2004) ‘환상의 커플’(MBC·2006) ‘내조의 여왕’까지 로맨틱 코미디(로코)의 흥행 보증수표는 처음 해본 사극에 마냥 들떠 있었다.

“‘내조의 여왕’ 끝나고 다음에는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어요. 유독 ‘로코’를 많이 했고 결과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연기 폭이 좁아지는 것 같아 걱정도 있었죠. 그때 곽정한 감독이 ‘추노’의 송태하 역을 적극 추천하셨어요. 대본을 보니 태하야말로 제가 찾던 인물이었죠.”

태하는 ‘멋진 남자’의 전형이다. 조선 최고의 무관답게 검무는 우아하고 절제돼 있다. 초콜릿 복근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수려한 외모는 오지호의 액션을 그림으로 만들어낸다.

“장혁은 평소 절권도를 해왔지만 저는 정통무예가 처음이에요. 태하의 검술은 칼이 크고 동선이 커요. 여러 번 휘두를 게 아니라 한번을 찔러도 정확하게 힘이 있어야 하죠. 때문에 제가 한번 휘두를 때 혁이는 주먹을 날리고 발을 차는 등 여러 동작을 해서 둘 사이의 액션이 뜸이 생길 때가 있어요. 이걸 줄이려고 저는 검을 휘두른 뒤 머리를 숙이거나 점프를 하는 식으로 액션을 맞춰갔어요.”

그는 몸을 만드는 법도 장혁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태하는 큰 무기를 드는 만큼 근육을 크게 만들어야 해서 강도 높은 웨이트 기구를 10번씩 들었다면, 혁이는 잔 근육 위주의 생활형 몸을 만들어야 해서 작은 걸30번씩 드는 방식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칼에 찔리고 말에 밟히는 액션 연기가 힘들 법도 한데 그는 멜로가 제일 힘든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태하는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부인과 아들을 잃고 누구도 마음에 담지 않겠다고 결심해요. 태하의 마음 속에는 온통 석현 왕자를 구해서 나라를 일으키는 것뿐이죠. 하지만 어느새 혜원(이다해)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니까 긴장하고 앞만 바라봐야 할 태하 입장에서는 불편한 거예요. 사랑할 때조차 긴장을 풀지 않는 태하의 복잡 미묘한 심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힘든 점은 또 있다. 진지하고 무거운 송태하를 연기하기 위해 ‘로코’때 몸에 밴 잔버릇을 없애는 것.

“‘로코’를 오래해서 눈을 크게 뜨고 잘 웃는 버릇이 여전해요. 태하는 웃으면 안 되거든요. 감독님이 제발 눈 좀 크게 뜨지 말고 웃지 좀 말라고 신신당부 하세요. 저 원래 사람들 웃기는 거 좋아하는데… 태하로 변신해 있는 동안은 넘쳐나는 개그 본능을 억누르는 것 너무 힘들어요(웃음).”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