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피폭 2세 환우들도 우리 곁에 함께 살고 있어요”
입력 2010-01-22 18:07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환우 돕기 모금운동 나서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99엔을 지급한 데 따른 파장, 지난 13일로 900회를 맞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시위….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올해도 일제 강점기와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유달리 혹독한 후유증을 앓는 이들이 있다. 바로 ‘원자폭탄 피폭 2세 환우’들이다. 1970년대부터 관련 활동을 펼쳐왔고 최근에는 모금 운동을 시작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를 찾아 최소영(사진) 총무에게 그 실태를 들어봤다.
“‘원폭 2세’와 ‘원폭 2세 환우’는 구분해야 합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최 총무는 분명하게 말했다. 피폭 1세대 자녀 중 질병이 나타난 환우는 4분의 1이고 나머지는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점 때문에 그동안 적극적으로 문제를 알리지 못했어요. 그 자녀 모두가 잠정적인 환자 또는 장애인 취급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감당하기엔 환우들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1세대 환우가 2600여명, 2세대 환우가 2300여명 존재한다. 한때 7만여명에 달했던 1세대 환우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단명했던 것도 문제지만 이제는 2세, 3세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은 무혈성괴사증, 피부병, 면역글로블린결핍증,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골다공증, 심장병과 협심증, 갑상선질환, 우울증, 백혈병 등 난치병과 희귀병에 평생 시달리고 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세 환우 가운데 7.3%가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들도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난 속에 어렵게 사는 것은 물론이다.
최 총무는 정부의 치료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005년부터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 등에 의해 특별법이 발의돼 왔지만 계류만 되다 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만큼 관심 밖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노태우 정권 때 일본에서 피해자 치료를 위한 기금을 받았지만 환우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 2세 환우의 실태와 심각성이 충분히 알려졌고요. 그런데도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장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복음교회, 루터교 등 6개 교단의 여성 평신도 연합회인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1974년부터 원폭 환우 돕기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다 ‘원폭 2세 환우회’를 설립했던 고 김형률(1970∼2005)씨의 영향으로 최근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쉼터를 마련하고 김씨가 생전에 소원했던 반핵평화자료관을 건립하기 위해 5억원 목표로 모금 활동을 펼치는 중. 그러나 교계에서조차 관심이 적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보가 부족한 측면이 큽니다. 회원 교단 여전도회조차 ‘원폭 피해자’라고 하면 일본 사람인 줄 알 정도니까요. 우리 가까운 곳에 너무나 큰 어려움 앞에 실낱 같은 희망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 크리스천부터, 여성들부터 알아갔으면 합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