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성생활’ 상세 기술 저서 논란

입력 2010-01-22 21:25

현대판 한국교회 금서(禁書)?

구약의 아가서를 본문으로 부부간 성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하나 되는 기쁨’(예영커뮤니케이션)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005년 출판된 이 책은 성경 속 솔로몬과 술람미의 사랑을 뼈대로 부부간 성행위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다양한 성행위와 자세까지 자세히 기술하고 있어 출간 당시부터 ‘포르노 소설을 능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출판사는 내용의 수위 때문에 책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비닐 포장까지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책의 저자가 최희열로 돼 있지만 실제 저자가 기독교 세계관 강사로 널리 알려진 양승훈 캐나다 밴쿠버 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전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이라는 것. 이 사실이 일부 교계 단체의 추적을 통해 알려지면서 문제가 제기됐고 급기야 지난해 4월 출판사는 저자와의 출판계약을 해지하고 시중에 배포된 책자를 거둬들였다. 현재까지 보급된 책은 2200부가량 된다.

일부 교계 단체는 가정사역이란 이름으로 기독교 내 세속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회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회개혁네티즌연대 대표 박노원 목사는 “정말 교회를 사랑하고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써서도 안 되고 내놓아서는 안 되는 책”이라면서 “세상의 성 문제를 교회까지 들고 와 가정사역이라는 이름으로 교인들의 영혼을 파괴시킴으로써 진리의 도를 훼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자 저자와 몇몇 가정사역자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고 반박했다. 이들의 주장은 교회 현장이 결혼과 성에 대한 분명한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간 성적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선 교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저자인 양 원장은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께 마음의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하지만 이 책은 부부간 성에 국한해 기술하고 있으며, 부부관계에서 이원론적이고 지나친 성적 터부를 뛰어넘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누리라는 것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