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데스티니 효과 ‘쏠쏠’
입력 2010-01-22 18:01
데스티니 효과의 실체는 무엇일까. 여자프로배구 무대에 새 용병 데스티니가 가세하면서 GS칼텍스가 완전 새로운 팀으로 바뀌었다. 3라운드까지 12경기에서 고작 2승에 그쳤던 GS칼텍스는 선수 한명을 교체한 뒤 4연승, 플레이오프 티켓이 주어지는 3위를 눈앞에 뒀다. 4라운드에서 선두 현대건설은 물론 지난 21일에는 철벽 센터진을 자랑하는 2위 KT&G마저 잠재우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데스티니는 이날 감기 몸살로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데뷔 최다인 29점을 올려 승리를 몰고 왔다. 그는 케니(현대건설) 몬타뇨(KT&G)와 같은 파워 실린 강타자는 아니었으나 빈곳을 정확히 찌르고 범실이 적은 점은 확실히 안정감이 있었다. 또 강타가 먹히지 않으면 즉시 연타로 대응하고 공격하기 어려운 토스가 오면 즉흥적으로 왼손을 사용하는 등 경기 적응력이 뛰어났다.
비록 4경기 기록이지만 공격성공률(48.40%)은 1위 몬타뇨(46.18%)보다 우위다. 경기당 평균득점(26점)도 케니(25.55점)보다 낫다. 서브도 세트당 0.5개의 에이스를 날려 이 부문 선두 황연주(흥국생명)의 0.3개 보다 우위다. 아직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어 오픈 스파이크나 후위공격 등 단순한 플레이로 일관하지만 후위 공격 성공률(54.55%)은 1위다.
1m95의 큰 키와 높이뛰기 선수 경력을 활용한 타점 높은 강타에 기존 내로라하는 상대 블로커들도 아직 타이밍을 못 맞춘다. 블로킹 1위에 올라있는 양효진(현대건설)은 데스티니 공격에 10번의 블로킹을 시도했지만 단 한번 성공에 그쳤다. 또 블로킹 2위 장소연(KT&G)은 6번 중 한번만 성공했다. 물론 그 자신도 블로킹에 적극적이지 않다. 4경기서 4번의 블로킹 득점 밖에 없다. 리시브는 약해보이나(정확도 10%) 남지연 등 수비전문선수들이 대신 해주고 있다. 그러나 디그를 보면 세트당 3.23개를 하고 있고 전체 선수중 10위권이다. 수비센스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은 동료들의 투쟁심(fighting spirit)을 끌어낸데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꼴찌로 전락한 팀이 목이 쉬어라하고 ‘파이팅’을 외쳐대는 이방인이 가세하자 “한번 해보자”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성희 GS칼텍스 감독은 하지만 데스티니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자제하고 팀의 기존선수들을 끌어올리는 조심스런 경기운영으로 2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