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님’ 뺨친 성남시의회

입력 2010-01-22 17:43

서울보다 면적이 넓고, 울산광역시보다 인구가 많은 거대 도시가 수도권에 탄생할 전망이다. 경기 광주와 하남시의회에 이어 성남시의회가 어제 ‘성남·광주·하남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의견제시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이 선출되면 수도권 동남부의 핵심도시로 육성될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 통합안 처리 과정은 ‘통합’을 무색케 한다. 통합에 반대하는 야당 소속 시의원들은 의장의 사회권을 봉쇄하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한 채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한나라당 소속 시의장은 기초의회에서는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해 사무국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의장석 옆 의사팀장 자리에서 통합안을 직권상정해 가결시켰다.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으로 난장판이었다.

처리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본회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청구 소송을 청구하고, 의장에 대한 불신임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의장은 “국민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줘 안타깝다”고 말했다. 야당의 의장석 점거→의장의 경호권 발동→여당 단독 처리→야당의 법적 대응→의장의 사과. 걸핏하면 싸움질로 나라를 망신시키고 있는 국회의 모습과 어찌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이 지역 통합문제가 제기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시간은 충분했으나 시의원들은 양분돼 찬성과 반대만을 외쳤다. 대화와 설득, 타협, 다수결 원칙과 소수 의견 존중, 관용이라는 민주적 절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면충돌은 예정됐던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대 도시가 태어나면 시민들 간의 갈등과 반목, 분열상이 더 심화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국가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이어 기초의원들까지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