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생명의 찬가

입력 2010-01-22 16:39


생명의 찬가

“남을 구조시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이스라엘 구조대원. “이렇게 좋은 치료를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 받는 아이티인 들에게 미안하군요”-지진 피해로 다리를 절단당한 미국의 아이티 구호요원.

기나긴 겨울이 있기에 봄은 더욱 아름다운 법. 절망, 배고픔, 시체, 약탈, 카오스... 아이티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온갖 단어들 속에서 비집고 나온 희망의 단어가 있다. 생명, 생명이다! 지금 아이티에서는 역설적으로 생명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지진 발생 8일째가 지난 잔해 속에서 생후 3주된 유아가 구조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수많은 사람들의 귀에 생명의 찬가가 울렸다. 미국 구조팀은 지진발생 60시간이 지난 후 아이티 최대 슈퍼마켓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한 여성을 구조했다. 구조하고 보니 구조팀과 같은 고향 마을 사람이었단다. CNN의학담당 기자는 취재 경쟁을 포기하고 아이티 소녀의 뇌수술을 집도했다. 얼마나 가슴 뜨뜻한 뉴스인가.

스타들 뿐 아니라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계인들은 아이티 돕기에 동참하며 생명의 찬가를 부른다. 여기에는 빈부의 구별도 없다. 전세기를 타고 아이티에 가서 부모 잃은 아이를 입양한 미국 갑부가 있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노숙인들도 성금을 냈다. 본보에 1억원 거금을 성금으로 내면서 “이름을 밝히면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는 중소기업 사장도 있다. 전 세계인들이 지금 한 목소리로 생명의 찬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감자탕교회’로 유명한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감기로 고생하던 그는 지진 발생 뉴스를 듣고 당일 바로 교회 멤버들과 함께 짐을 쌌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티에 도착해 사랑의 봉사를 펼쳤다. 아이티인들이 ‘필사적’으로 떠나려는 포르토프랭스에 그는 ‘필사적’으로 들어갔다. 그를 거기로 달려가게 만든 동인은 무엇인가? 바로 생명 의식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 보다 더 귀중한 일은 없다는 소명의식. 그 생명을 향한 소명의식을 지닌 사람들은 지금 아이티로 달려가고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죽음만이 오로지 소망이 되어버린 절망의 사람들에게 생명의 찬가를 불러주고 있다.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생명의 찬가는 아이티의 절망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대재난에 맞선 생명의 찬가가 울리는 지구촌에서 여야의 정쟁이나 심지어 교회의 다툼은 얼마나 하찮은 뉴스인가.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