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 초대 총장 전호진 박사 “선교 사역에 은퇴란 없다”
입력 2010-01-22 17:28
전호진(70·사진) 박사는 한국 선교 신학계의 원로다.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고신대 총장과 아세아연합신학대 대학원장, 평택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태동 당시 행정부총장으로 설립에 깊이 관여했다. 1983년부터 예장 고신 교단의 선교연구소장을 시작으로 학문뿐 아니라 선교정책 입안 및 선교사 파송 등 선교 사역을 활발히 펼쳤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전 박사는 이슬람 및 일본 선교 전문가이기도 하다.
5년 전 고신 교단 총무를 끝으로 은퇴한 전 박사는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위한 투아이즈네트워크를 창설하기도 했다. 이슬람 연구를 위해 시리아로 떠날 계획을 갖고 있던 그에게 2007년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는 장로교 선교사 연합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캄보디아 내에 단일화된 신학교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던 연합체에서 전 박사를 초대 총장으로 초빙한 것이다.
“솔직히 고민했습니다. 말이 총장이지 한 명의 선교사로 나가는 것이니까요. 제 나이를 생각했습니다.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고요. 그러나 ‘선교 사역에 은퇴란 없다. 죽는 날까지 복음 전하고 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홀로 떠났습니다.”
한국을 잠시 방문, 20일 국민일보에 들른 전 박사는 “크리스천은 평생 선교사”라고 강조했다. 직업에서 은퇴할 수는 있지만 복음 전파에 은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든 것이 홀가분한 은퇴 이후에 사심 없이 주님만을 위한 선교를 펼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총장으로 있는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에는 현재 75명의 현지인 학생이 있다. 모든 강의는 영어와 캄보디아어로 진행된다. 전 박사와 30여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강의하고 있다, 1400여만명의 인구를 가진 캄보디아는 강력한 불교국가로 기독교는 전체의 0.9%인 13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근 교회는 계속 늘고 있다. 선교의 기회도 넓은 편이다.
캄보디아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식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전 박사는 대부분 현지 학생들과 함께 식사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차 적응이 된단다.
“물론 힘들지요. 그러나 정말 보람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공부한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복음을 들고 전 세계로 나가는 꿈을 꿉니다. 늙을 시간이 없습니다. 행복합니다.”
전 박사는 은퇴한 목회자들과 신학자, 전문 지식을 갖춘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신학교를 만들 계획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은 너무나 짧고 공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점점 천국을 더 바라보게 됩니다. 육신의 힘은 쇠약해지지만 영적인 통찰력은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은퇴자들이 선교 현지에 많이 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은퇴자)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간절히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전 박사는 은퇴 이후 해외에서 선교 사역을 펼치기 원하는 크리스천들은 평소 영어 공부를 많이 하라고 권했다. 어디서나 통역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만 제대로 하면 원활하게 선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까지 주님 일 하다 천국에 가고 싶습니다. 어디건 상관없습니다. 쓰임 받는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지요.” 큼직한 가방을 들고 다시 길을 떠나는 노 선교신학자의 모습이 퍽 아름다워 보였다.
글·사진=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