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상이 아이의 성적을 바꾸죠”

입력 2010-01-22 17:38


김수연씨가 제안하는 공부에 지친 자녀를 위한 요리

“밥 안 먹을 거면 학교 가지마!” 지금 40,50대들이 아침이면 엄마에게 들었던 퉁바리다. 그때 아마도 “밥 먹다가 학교 늦으면 엄마가 책임질 거야?”라고 퉁퉁거렸을 것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수연씨도 엄마의 꾸지람에 대거리하던 딸이다. “배가 든든해야 공부도 하는 거야. 배고프고 힘든데 공부가 머리로 오겠어?” 그땐 엄마의 이런 말씀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0년 넘게 세월이 흐른 뒤 여고생 딸을 키우며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됐단다.

“일하는 엄마여서 하루 세끼 따뜻한 밥 챙겨주지 못했어요. 남편이 7년 전 일본으로 전근가면서 일을 접었지요.”

그는 ‘밥하는 엄마’가 돼 맛난 음식을 직접 만들어 사춘기 딸을 다독이고, 공부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공부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김씨의 딸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그런 딸을 위해 저칼로리돈가스, 기름제로 브로콜리크림수프, 쇠고기덮밥 등을 준비했다.

그렇게 곧잘 먹다가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숟가락을 들지 않는 아이, 이럴 때 김씨가 쓰는 비상(?)요리가 있다. 마멀레이드소스 돼지갈비, 일본식 닭튀김인 가라아케, 명란크림소스스파게티 등 절로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고생 딸은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도 살 찐다고 야식을 먹지 않으려고 버틴다. 이럴 때 김씨는 야식으로 다이어트 식품인 곤약을 이용한 실곤약비빔면, 만두피바지락수제비 등을 야식으로 만들어줬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인기메뉴로 꼽히는 마멀레이드소스 돼지갈비는 사실 손이 많이 간다. 김씨는 과일의 건더기가 남아 있는 걸쭉한 마멀레이드를 활용하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귀띔한다. 쇠고기 덮밥을 만들 때 채소를 더 많이 넣으면 칼로리는 더욱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귀국하면서 딸을 위해 했던 모든 요리를 모아 책을 냈다. ‘기적의 공부 밥상’. ‘엄마 밥상이 아이의 성적을 바꾼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는 푸드스타일리스트로서 그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과 딸에 대한 사랑을 오롯이 담은 레서피 90여가지가 담겨 있다. 그는 “수험생이나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일품요리로 손님상에 올릴 만한 마멀레이드소스 돼지갈비, 주말 가족식탁에 별미로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을 쇠고기덮밥, 수험생은 물론 다이어트 하는 여성들에게도 그만인 실곤약비빔면 만드는 법을 김씨에게 배워본다.

마멀레이드소스 돼지갈비



<재료> 돼지갈비 12대, 양념(오렌지 등 마멀레이드 3큰술, 적포도주·물 ½컵씩, 간장 3½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월계수 잎 1장), 소금·후춧가루·식용유 약간씩 <만드는법>①돼지갈비는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핏물을 뺀 뒤 앞뒤로 칼집을 넣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끔히 없앤다. ②달군 팬에 ①의 돼지갈비를 올려 소금과 후춧가루로 심심하게 간을 하고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③고기를 피해가면서 ②의 프라이팬을 키친 페이퍼로 대충 닦은 뒤 양념 재료를 전부 넣어 끓이다가 한소끔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좀 더 끓인다. ④소스가 걸쭉해지면서 졸아들고 고기가 완전히 익으면 고기를 접시에 담고, 나머지 소스를 위에 끼얹는다.

쇠고기덮밥(규동)

<재료>쇠고기(불고기용) 400g, 양파·피망 2개씩, 소스(간장 4큰술, 맛술 2큰술, 설탕·청주 ½큰술씩, 물 1컵), 밥 4공기 <만드는법>①쇠고기는 한입 크기로 썰고, 양파는 1㎝ 두께로 도톰하게 썬다. 피망은 꼭지를 떼고 씨를 발라 정리한 뒤 채 썬다. ② 팬에 소스 재료를 전부 넣어 바글바글 끓인 뒤 준비한 양파를 넣어 끓이다가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고기 피망 순으로 넣어 좀 더 끓인다. ③밥 위에 ②의 고기와 양파, 피망을 넉넉히 얹은 뒤 소스 국물을 끼얹는다.

실곤약비빔면

<재료>실곤약 4봉지, 오이 ½개, 새싹채소·꼬마채소 1팩씩, 비빔소스(고추장·간장·물엿·식초·양파즙 1큰술씩, 고춧가루 2큰술, 설탕 ½큰술, 다진마늘·참기름·참깨 1작은술씩) <만드는법>①실곤약은 끓는 물에 넣었다 건져 찬물에 여러 번 헹궈서 특유의 냄새를 없앤다. ②오이는 소금에 문질러 씻어 반으로 길게 가른 후 어슷하게 썬다. 새싹채소와 꼬마채소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물기를 뺀다. ③비빔소스 재료들을 한데 담아 골고루 저어 섞는다. ④그릇에 실곤약과 오이, 새싹채소, 꼬마채소를 모양내어 담고 소스를 끼얹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